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청구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 교수와 혐의 일부가 닿아있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수사도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0시 18분쯤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현재까지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으며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언급 없이 영장을 발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법원은 검찰과 피의자의 주장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같이 언급해왔다.
앞서 정 교수측 변호인단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인턴 활동내용 및 평가 등에 관한 것이어서 향후 재판을 통해 해명될 것"이라며 관련 사실관계를 해명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 5촌조카의 범죄혐의를 덧씌운 것이라며 검찰이 "오해를 해서 생긴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됐다"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 검찰의 인적·물적 증거들이 정 교수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정도로 확보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점도 주목된다.
정 교수 측은 "인사청문단계에서의 사실확인 노력과 해명과정까지도 증거인멸 등으로 보고 있다"며 고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원이 검찰 측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정 교수가 관련 범죄사실에 관여한 점에 대해 일정부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정 교수 측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뇌질환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심사 과정에서도 관련 자료들을 제출해 불구속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정 교수에 대해 영장을 발부하며 건강 상태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검찰 판단대로 정 교수의 건강상태가 수감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진=자료사진)
법원이 정 교수의 범죄혐의 상당부분에 대해 입증됐다고 판단하면서 검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구속 여부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 교수의 구속으로 검찰 수사가 한고비를 넘긴 만큼 향후 조 전 장관을 향한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정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상 횡령, 자본시장법위반(허위신고·미공개 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증거은닉 교사 등 11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선 이중 4개 정도의 혐의가 조 전 장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직접 몸담았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를 둘러싸고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이와 관련해 직접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의 딸·아들이 허위로 인턴활동을 하고 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조 전 장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교수의 증거인멸 관련 혐의도 조 전 장관과 일부 맞닿아 있다.
앞서 정 교수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자산관리인을 통해 자신의 동양대 사무실 컴퓨터를 반출하거나,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던 자산관리인에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투자처와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웅동학원 허위 소송이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살펴봐야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각종 시민단체가 조 전 장관 앞으로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상황도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직접 수사 가능성에 대해 "향후 수사 계획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