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의 4번타자 박병호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야구의 4번타자 박병호가 깨어났다.
박병호는 8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12 서울 예선 라운드 쿠바와의 3차전에서 슬럼프를 깨고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활약을 펼쳐 한국 야구 대표팀의 7대0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박병호는 지난주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을 할 때부터 타격 감각을 찾지 못했다.
호주, 캐나다를 차례로 상대한 대회 1,2차전에서는 총 8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상대 투수가 앞선 타자 이정후를 고의볼넷으로 거르고 박병호와의 승부를 선택하는 장면도 있었다. KBO 리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날은 달랐다.
3회말 중전안타로 대회 첫 안타를 신고한 박병호는 한국이 2대0으로 앞선 5회말 득점권 기회에서 깨끗한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대거 4득점을 올린 '빅 이닝'의 포문이었다.
파죽의 3연승으로 서울 예선 라운드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게 된 한국은 4번타자의 부활에 힘입어 한결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일본 도쿄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박병호는 "앞선 2경기에서 부진했다. 그래서 타격 연습을 많이 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 지금의 타격 감각을 잘 유지해서 본선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를 거르고 박병호와의 승부를 선택한 장면은 지난 7일 캐나다전에서 나왔다. 이는 박병호의 투지를 자극했다.
박병호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자존심이라기보다는…"이라고 말끝을 흐린 뒤 "꼭 치고 싶었다. 내가 이겨내는 방법은 성공적인 타격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상대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자마자 타석에 빨리 들어갔다. 이겨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박병호는 그 장면에서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3차전에서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슈퍼라운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박병호는 자신을 굳게 믿어준 김경문 감독에 대해 "지난 2경기에서 잘 맞은 타구도 없었다. 부담은 있었다.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주셔서 나도 정신 차리고 생각을 바꾸려고 했다. 오늘은 좋은 타구가 나왔다. 감독님께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격려해주셨다.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박병호와 더불어 대회 첫 안타를 신고한 선수가 있다. 바로 안방마님 양의지다. 둘은 서로 첫 안타를 때린 뒤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을까.
이에 박병호는 "경기 전에도 서로 둘만 못 쳤다고 얘기했다"며 "내가 먼저 쳤고 양의지 선수가 부러워하면서 축하했다. 양의지 선수가 안타 쳤을 때 나도 같이 좋아했다. 경기도 이겼고 우리도 기분 좋게 일본을 갈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박병호는 "모든 선수들이 이번 대회가 올림픽 출전권 걸려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임하고 있다. 김현수 주장이 너무나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고 있고 모두가 재밌게 밝게 하고 있다. 경기는 집중력 있게 하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매경기 집중을 요구하는 경기가 열릴 것 같은데 지금처럼 격려하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