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대학생 추모하는 홍콩 시민들.(사진=AFP/연합뉴스)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나 폭력 시위는 다반사가 아니었다. 2014년에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대규모 시위가 있기는 했지만 평화적으로 끝났고 강경 대응에 폭력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시위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보호해야 할 최후 보루인 홍콩 경찰이 서투른 시위 대처로 여론과 언론 비판의 표적이 되면서 홍콩 사태를 키우는 양상이다.
시위대를 향해 막말을 하는가 하면 시위 과정에서 생긴 환자 치료와 이송을 방해하는 가하면 시위현장에 불을 끄기 위해 온 소방차에 최루탄을 쏘는 등 경찰로서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행동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고 있다.
10일 홍콩 언론들은 시위 현장 부근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씨를 추모하는 행사장에서 시민들과 망자에게 망언과 막말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는 지난 8일 저녁 홍콩 툰먼 지역에서 시위 진압 경찰은 차우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을 향해 "바퀴벌레"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오늘 샴페인을 터뜨려 축하해야 한다"고 외쳤다.
진압 경찰의 망언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경찰 당국은 해당 경찰에 대한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부적절한 언행을 해 문책을 받았다"며 "앞으로 경찰 개개인이 언행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시위대 치료를 방해한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툰먼 지역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친 시위자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 구조요원 3명이 출동했지만 경찰 20여 명은 이들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끝내 이들이 다친 시위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
현장에 있던 응급 구조요원은 경찰이 자신을 "쓰레기"라고 불렀다고 증언했다.
이후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장의 혼란 속에서 오해와 갈등이 있었지만, 양측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활동을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경찰이 지하철 차량안까지 들어가 시민들을 구타했다. 특히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고 역내 진입까지 막아 부상자들은 3시간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이달 2일에는 시위 현장의 불을 끄려고 진입하는 소방차에 최루탄을 쏴 소방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지난 4일 홍콩과기대생 차우 씨가 주차장에서 추락해 긴급 이송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찰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