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가운데 이날 처리가 예정된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안의 (해인이, 태호, 민식이) 유가족들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보수 진영에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악법"이라는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자 보수 유튜버들이 '확성기'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구독자 수 53만 명에 달하는 한 보수 유튜버는 지난 1일 '민식이법의 심각한 문제점'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사망사고가 나면 이유를 불문하고 최소 3년 징역∙최대 무기징역"이라며 "무서운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란 건 감성에 선동돼서 막 처리하는 게 아니다. 징역 3년 때리고 무기징역 때려서 누구 인생 망치는 게 민식이를 위한 법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도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나면 무조건 가중처벌한다", "운전자가 법규를 준수해도 범죄자가 된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지난 달 29일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을 포함한 법안 199건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신청한 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생성·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식이법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특가법' 개정으로 안전운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보수 진영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특가법 개정안이다.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특가법 개정안으로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는 '모든' 운전자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가법 개정안을 운전자에게 적용하려면 조건이 따른다. 운전자가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킬로미터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가결한 특가법 개정안은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법안에 '어린이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했을 때'라는 가중처벌의 요건이 명확히 정해져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민식이법의 취지는 적어도 스쿨존에서만큼은 일반적인 운전자 주의의무 외에도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주의의무를 다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반한 것에 대해 가중처벌하겠다는 법안은 국회가 충분히 입법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