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주요 매체들이 민감한 이슈인 홍콩, 신장(新疆)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보도하는가 하면 정작 관련 발언을 한 일본 아베 총리의 말은 쏙 빼놓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은 중국에서도 주요 이슈다. 중국 CCTV가 23일 저녁 뉴스 첫꼭지로 보도했고 24일에는 인민일보가 1면 상단에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회동 소식을, 하단에 시 주석과 아베 총리와의 만남 장면을 배치했다.
하지만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대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은 중국의 내정문제'라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이자 국수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는 환구시보는 인터넷판인 환구망에 '문 대통령은 홍콩과 신장 문제 모두 중국의 내정으로 보고 있다'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홍콩, 신장 문제에 대해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설명을 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며 중국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환구시보는 제목을 수정했으나 본문 내용은 고치지 않았다. 인민일보와 신화망 등도 문 대통령이 발언한 것처럼 쓴 문장에 손을 대지 않았다.
반면 중국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홍콩과 신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오른쪽)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왼쪽)이 지난 2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교도/연합뉴스 제공)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났을 때 "신장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홍콩 문제에 대해 계속 자제할 것을 촉구"했고 시 주석은 "두 문제는 중국의 내정문제"라고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외무성 대변인이 전한 말이다.
그럼에도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인민망과 신화망에 올라 있는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회담 관련 소식에서 홍콩이나 신장 문제는 찾아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