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수 있으면 떠나라"(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호주 정부가 남동부를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산불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예비군을 동원하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작년 9월 말부터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모두 23명이 사망했다.
5일 ABC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가장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소방당국은 현재 주 전역에서 150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이 중 64건은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현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불 진화에 힘쓰고 있지만 40도 이상으로 치솟은 기온과 돌풍으로 인해 피해는 점차 커지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산불 진화를 위해 예비군 3000명에 동원 명령을 내렸고, 주민들의 피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산불로 인해 야생동물 약 5억 마리가 희생된 것으로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추산했다.
최악의 산불로 시드니와 뉴사우스웨일스 등 지역은 뿌연 연기에 휩싸이면서 '핏빛' 도시를 연상케하고 있다. '어스널스쿨 맵'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호주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민들은 검게 그을린 코알라를 구조하는 시민들, 캥거루가 화염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 등의 사진을 게재하며 공유하고 있다.
호주산불로 인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어스널스쿨 (사진=어스널스쿨 갈무리)
'어스널스쿨'(EarthNullSchool) 맵'은 세계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맵이다. 나사 산하 프로젝트에서 전세계 단위로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기상 예측 모델로 2차적으로 분석 업데이트 후 어스널스쿨 사이트의 지도를 통해 표시해준다.
기사에 첨부된 지도 왼쪽 하단에 'earth'를 클릭하고 '한국어'를 클릭하면 한국어 모드로 볼 수 있다. 어스널스쿨 맵에 따르면 현재 호주 남동부의 일산화탄소 지표 농도가 붉은색을 띄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에서 바라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다.
5일 일본 기상청은 기상관측위성인 히마와리8를 통해 실시간 호주 산불 현황을 공개했다. 갈색 구름 띠가 뉴질랜드 북쪽으로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히마와리-8 실시간 웹 캡처)
지난 3일(현지시간) 일본 기상청은 정지궤도 기상위성 히마와리 8호가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히마와리 8호는 지구 위 약 3만 5800km 거리에서 10분마다 서반구 표면을 촬영하며, 일본 기상청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기상청이 운영하는 정지궤도 기상위성 히마와리 8호에 촬영된 이미지를 보면 호주 전역이 붉은빛이다. (사진=히마와리 8호)
해당 사진을 보면 산불이 난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 갈색 연기가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선 현재 약 2300명의 소방대원들이 파견돼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또 엄청난 양의 연기는 바람을 타고 인근 뉴질랜드까지 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 위성에도 호주의 산불이 포착됐다. 호주 베이트만 베이 지역에는 연기와 화염이 뒤덮여 땅 표면을 관찰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진=ESA 센티넬-2 위성 제공)
NASA 인공위성 데이터로 본 호주 산불 3D (사진=트위터 캡처)
또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 위성에서도 호주의 산불의 위험성을 감지된다. 지난달 31일 센티넬-2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호주 베이트만 베이 지역에는 연기와 화염이 뒤덮여 땅 표면을 관찰할 수 없을 정도다. 또 이달 2일 공개된 센티넬-3 위성사진에서도 호주 남동부가 연기로 가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이미지에서도 시드니부터 호주 남동부 해안 대부분이 붉은 색으로 표시돼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ch*****는 SNS를 통해 "멜버른에 10년째 거주중인 사람인데 엄청 심각하다. 최근 시드니에 놀러갔다 왔는데 여태껏 본 시드니 하늘 중 최악이었다. 이 산불이 멜버른까지 넘어왔고, 와이너리에 다녀왔는데 그곳은 안개낀 것처럼 앞이 안보였다"고 전했다.
@iso***는 "호주 산불이 3개월간 지속되고 있고, 사상 최악의 산불이 아직도 꺼질 기미도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하늘은 연기에 가려져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꺼질 기미가 없다"며 "소방차 싸이렌이 하도 울려서 새들이 따라하는 상황"라고 급박한 상황을 알렸다.
◇너무 느린 코알라, 호주 산불로 '기능적 멸종 상태'
(사진=트위터 캡처)
두 달 넘게 이어진 호주 산불은 토지 1천400만여 에이커(약 5만6천㎢)를 태우고,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시드니대 호주 생물다양성 전문가인 크리스 딕먼 교수는 면적당 평균 야생동물 수와 산불 면적을 고려해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총 4억8000만마리가 죽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산불을 겪고 있는 호주에서 다치지 않고 구조된 한 코알라가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여기에 호주 산불로 코알라가 사실상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5일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CNBC에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이 시작된 이후 코알라 약 8000마리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호주 코알라 재단의 테보라 타바트 회장은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기능적 멸종 상태는 어떤 종의 개체 수가 줄어 더 이상 생태계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국제환경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코알라를 멸종위기종으로 간주하고 있다.
코알라의 피해가 극심한 이유는 코알라 특유의 특징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코알라는 움직임이 느려 불길을 피하지 못했고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이 시작된 이후 피해가 컸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알라 보호단체의 수 애시턴은 "코알라들은 나무 위에서 그대로 불에 탔을 것"라고 우려를 표했다.
◇ 호주 산불 연기, 뉴질랜드까지 도달…주황빛으로 물든 하늘
지난 5일 뉴질랜드의 하늘이 호주에서부터 건너온 산불 연기로 인해 주황색으로 변했다. (사진=연합뉴스)
호주 남동부 해안에서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이 산불은 몇 달 간 계속되며 좀처럼 가라 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상 최악의 호주 산불에 이웃나라 뉴질랜드 하늘까지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5일(현지시간) 호주 야후뉴스는 이날 주황빛의 안개로 뒤덮인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하늘을 공개했다. 이는 이웃나라 호주 남동부를 강타한 산불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산불로 인한 재와 연기 등이 바람을 타고 2000km 떨어진 뉴질랜드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오클랜드 주민들은 SNS를 통해 이같은 비현실적인 광경을 공유했고, 현지 경찰서에 해당 현상을 문의하는 주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호주 화재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세계적인 테니스, 골프 선수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호주 선수 애슐리 바티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단식과 복식 전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호주 적십자사에 기부할 예정이다. 또 호주 국적의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배우자인 가수 키스 어번도 역대 최악의 호주 산불 진화 및 피해 복구를 위해 지방 소방 당국에 50만 달러(약 5억8375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남동부 해안에서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이 산불은 몇 달 간 계속되며 좀처럼 가라 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3일부터 일주일을 국가비상사태 기간으로 정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재해 복구를 위해 정부가 20억 호주달러(약 1조6천억 원)를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달 간 산불은 지속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비용을 더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주간 산불이 거쳐간 지역은 서울 면적의 약 100배인 6만제곱키로미터에 달하며, 이 기간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호주 연간 평균 배출량의 3분의2에 육박한다.
※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어스널스쿨(EarthNullSchool)'을 통한 호주산불로 인한 일산화탄소 농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맵이 켜지지 않는다면 '새로고침'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