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셔터가 추락해 소방관이 숨진 부산 사하소방서 다대119안전센터.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현직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소방서 전동 셔터 추락 사고를 계기로 소방의 안전 관리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사전에 사고를 막기 위한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추락방지 장치 등 해외 선진 사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 전동셔터 정기점검·교체 규정 명확히 마련해야지난해 말 소방관 한 명이 참변을 당한 전동 셔터 추락 사고를 계기로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지역 내 모든 소방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차고 문 266개 중 수리가 필요한 셔터는 절반이 넘는 148개로 나타났다.
[1.8 부산CBS노컷뉴스=부산 소방 전동셔터 절반 "수리 필요"…5개 즉각 사용 중단]사고 전까지 전동셔터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 당국과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일선 소방서에서는 차고 전동 셔터 작동에 이상이 생기면 업체에 수리를 의뢰하는 식으로 셔터를 관리해왔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곳 이외의 다른 부품은 이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사실상 '점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부산 사하소방서 다대119안전센터에서 추락한 전동 셔터.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실제로 소방은 지난달 추락한 전동 셔터에 대해 사고 8개월 전에 한 차례 수리를 진행하면서도 수리 대상이었던 도르래 부위만 확인했을 뿐, 스프링 등 다른 부품 상태는 확인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선 소방서의 다른 장비와 마찬가지로 전동 셔터에 대해서도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점검 규정과 관리 방법을 명시해 정기적으로 시설을 확인하고 결과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전동 셔터 업계 관계자는 "여러 부품 중에도 특히 문제가 생기면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프링과 와이어 등 핵심 부품은 사용 빈도에 따라 마모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라며 "적어도 연 2차례 이상 전동 셔터 전반에 대해 정기점검을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셔터 추락 사고 현장 검증에 나선 국과수 관계자들이 파손된 스프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전동 셔터 교체 주기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달청이 정부 물품에 대해 사용 가능 연한을 고시한 '조달청 내용연수'에 따르면, 전동셔터에 해당하는 '금속문' 사용 가능 기간은 8년이다.
하지만 이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간'을 표시한 권고 사항에 불과해, 기간이 지났더라도 쓰는 데 지장이 없으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동 셔터도 이 사용 기간을 2년이나 넘겨 10년 동안 사용하다 사고가 났다.
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일부 지자체는 10년을 훌쩍 넘겨 전동 셔터를 사용하기도 한다"면서, "일선서 사정에 따라 사용 기한이 천차만별인 만큼, 노후 셔터 교체 주기에 대해서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선진국처럼 추락 막는 안전장치 설치해야
전동 셔터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추락을 막는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언급된다.
부산대학교 산업대학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오버헤드도어의 소방서 차고문 적용에 관한 연구' 논문은 셔터 추락으로 인한 사고를 막는 안전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대표적인 안전장치로는 아래에 사람이나 물체가 있으면 셔터 작동을 자동으로 멈추는 '하부안전센서'와 급격히 낙하하는 수백kg의 셔터를 잡아주는 '하부 브레이크'가 있다.
급격히 낙하하는 셔터를 잡아주는 장치인 '하부 브레이크'. (사진=전동셔터 업계 제공)
해당 논문 저자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안전장치를 2~3중으로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설치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하부 브레이크 같은 장치는 이번 사고처럼 갑자기 발생한 추락을 막을 수 있고 실제 국내에서도 이미 2006년에 기술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며 "하지만 비용 문제로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