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리치 힐 (사진=연합뉴스 제공)
LA 다저스는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1988년 이후 첫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3승4패로 패했다. 연장전 끝에 1점차로 승부가 갈린 2차전과 5차전 패배가 뼈아팠다. 휴스턴 타선은 고비 때 강력한 화력을 뽐냈지만 다저스는 그렇지 못했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에서 막 복귀한 류현진은 그해 가을야구 무대에 없었다.
다저스는 2018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상대는 보스턴 레드삭스. 이때는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있었다. 원정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4실점을 기록, 패전투수가 됐다. 보스턴 타자들은 그해 포스트시즌 내내 득점권과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다저스는 최종 1승4패로 패해 2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공교롭게도 다저스를 꺾은 두 팀은 최근 메이저리그를 휩쓸고 있는 사인 훔치기 스캔들의 중심에 서있는 팀들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휴스턴이 2017년 전자 장비를 이용해 상대팀 투수와 벤치의 사인을 훔치는 방법으로 경기력 향상을 시도한 사실을 확인하고 중징계를 내렸다. 휴스턴은 다수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박탈당했고 단장과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해고 조치됐다.
2018년 부임 첫해에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던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2017년 당시 휴스턴 벤치 코치였다. 사인 훔치기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보스턴에 대해서도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다저스와 우승을 다퉜던 시즌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보스턴은 사무국의 징계를 기다리지 않았다. 15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코라 감독과 결별한다고 발표했다. 코라 감독이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상황에서 그와 함께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저스에 대한 동정 여론도 생길만 하다. 다저스는 하필이면 사인 훔치기 논란을 일으킨 팀들과 월드시리즈에서 만났다. 그리고 졌다. 사인 훔치기의 여파가 있었을까? 그러나 사무국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의 답을 내놓지 않았다. 월드시리즈에서 사인 훔치기가 어떻게 시도됐는지에 대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2017년과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그들을 상대했던 다저스 출신의 베테랑 투수 리치 힐(미네소타 트윈스)은 15일 미국 언론 LA타임스를 통해 "세부 내용을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냈다.
힐은 "세부 내용이 없으면 우리는 추측, 의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뭔가 일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단장과 감독이 해고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힐은 사인 훔치기가 어떻게든 월드시리즈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그렇게 차지한 우승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나?"며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TV 해설가로 활동하는 다저스의 레전드 오렐 허샤이저 역시 "야구라는 종목과 팬 그리고 스포츠의 진실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면서 "한번 명성을 잃게 되면 그것을 다시 회복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