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의 두 아들 허웅(사진 오른쪽)과 허훈이 19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어두운 조명 아래 1대1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재밌었어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의 두 아들 허웅(원주 DB)과 허훈(부산 KT)은 19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끝난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경험했다.
동생 허훈은 팀 허훈의 주장으로, 형 허웅은 팀 김시래의 멤버로 출전해 올스타전 시작부터 서로 강하게 몸싸움을 펼치는 등 티격태격했다. 팬들은 '농구 대통령'의 두 아들이 펼치는 신경전에 몰입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1쿼터 막판 둘을 위한 무대가 마련됐다. 허웅이 허훈을 상대로 1대1 공격을 준비하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나왔고 그 순간 경기장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듯한 가느다란 조명이 두 선수에게 비췄다. 팬들은 열광했다.
결과는 형 허웅의 판정승. 허웅이 골밑으로 돌파해 던진 첫 슛이 불발됐지만 다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득점을 만들어냈다. 다시 전체 조명이 켜진 가운데 허훈은 3점슛으로 반격했지만 공은 림을 외면했다.
허훈은 "재밌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도 "중간에 리바운드가 있어서 무효"라고 말하며 웃었다.
일반적으로 1대1 길거리 농구를 할 때는 슛이 불발된 순간 공격 실패로 간주하고 공격권이 바뀐다. 리바운드 이후 득점은 인정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떤 것이다.
이어 허훈은 곧바로 이어진 3점슛 실패 장면에 대해 "냉정했어야 했는데 너무 흥분했다. 나 스스로에게 내가 말렸다"고 웃으며 아쉬워했다.
1대1 대결에서 승리한 형 허웅은 여유로웠다. "첫 슛을 던질 때 훈이가 반칙을 했고 두 번째 슛 장면에서도 반칙을 했다"고 웃으며 "그래도 넣어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허웅과 허훈은 올스타전 무대에서 펼쳐진 형제의 맞대결에 많은 농구 팬들의 큰 관심을 보여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스타전 내내 유독 강하게 몸싸움을 걸며 형을 괴롭힌 허훈은 "내 안에 내제된 무언가가 나온 것 같다"는 농담을 건네며 "3점슛 콘테스트도 그렇고 형에게는 밀렸지만 그래도 팀이 이겼으니까 됐다. 다음에 또 형과 맞붙을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스타전은 허훈이 주장을 맡은 팀 허훈의 123대110 승리로 끝났다. 올스타전 MVP는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31득점을 몰아넣은 김종규(원주 DB)에게 돌아갔다. 허훈은 14득점 10어시스로 활약했고 허웅은 15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올해 올스타전에서는 유독 예능 요소가 많았다. KBL 올스타 선수들은 하루 전 아침부터 모여 10시간 이상 회의와 연습을 반복하며 팬들을 즐겁게 할 장면들을 준비했다.
특히 허훈은 형과의 신경전, 깜짝 심판 변신 등을 통해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경기 후 취재진에게 "팬들께서 크게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했다"며 "다른 해보다 올스타전이 더 재밌지 않았나요?"라고 반문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