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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후 26개월 아이를 화장실에서 재운 보육교사 사건을 두고 전문기관도, 경찰도 선뜻 아동학대라고 결론짓지 못한 채 판단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아동을 '불결한 곳'에 방치하면 아동방임으로 학대에 해당하는데, 화장실을 불결한 곳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탓이다. 조사가 늘어지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고심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23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지난달 도봉구 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발생한 '화장실 유아 수면' 사건을 조사하면서 화장실이 '불결한 환경'인지를 두고 한달째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재래식 화장실이라면 불결한 환경이 맞는데, 해당 센터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고 온도도 따뜻한 편이다"며 "화장실의 청결도를 고려할 때 불결한 환경이라고 명확히 규정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불결한 환경에 아동을 방치하는 행위'를 아동학대의 유형으로 보고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화장실이라고 해서 꼭 불결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아보전의 입장인 것이다.
아보전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전문기관의 판단을 먼저 받아야 하는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보전에서 불결한 환경인지 여부를 아직 고민중인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보육교사들을 입건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혐의가 있더라도 불결한 환경이라는 방임의 구성요건을 충족해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보전과 경찰의 이같은 고심에 부모와 전문가 모두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7개월 아기 엄마 윤서요씨(31)는 "상식적으로 화장실이 불결한 곳이 아니면 어디가 불결한 곳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만약 거기가 고급 호텔 화장실이라고 해도 아이에게 위생적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10개월 아기 아빠 오병철씨(33)도 "아무리 아이를 돌보는 시설의 화장실이어도 아이를 '재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방치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인데 공간이 청결한지 여부로 고민하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화장실이나 조리실, 주방은 불결하거나 위험한 장소로 봐야하는 게 맞다"며 "보육에 더 신경쓰고 잘해야 할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도봉구청은 해당 센터의 운영을 중단하고 보육실 안에 수면실과 화장실을 별도로 만드는 공사를 진행중이다. 아이를 화장실에 재운 정규직 교사 1명과 이를 방조한 교사 2명의 면직 여부는 아보전의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문제가 된 '화장실 유아 수면' 사건은 지난달 말 당사자 엄마가 도봉구청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아이 엄마는 "화장실이라는 비상식적이고 유해한 공간에서 아이를 재운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사와, 방관하거나 동참한 다른 교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심각함을 느꼈다"며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센터 측은 "아이가 울다가 유모차에 탄 채로 보육실 입구에서 잠들었는데 내리려고 하면 깰까 봐 그대로 유아용 화장실로 옮겨서 재웠다"며 "자는 동안에도 아이를 계속 확인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