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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들과 2주간 동고동락…"응원쪽지 힘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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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 교민들과 2주간 동고동락…"응원쪽지 힘됐어요"

    파견 근무 자원한 경찰관들, 교민들처럼 격리 생활
    매끼 차갑게 식은 도시락…"가족들 가장 그리워"
    "고맙습니다" 교민들 응원에 외로운 격리생활 버텨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됐던 교민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 (사진=자료사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피해 입국한 700여명의 교민들이 14일간의 격리 끝에 음성 판정을 받아 지난 주말 퇴소했다.

    그중에서 교민 500명을 수용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정부합동지원단 소속 직원 70여명이 배치됐다. 경찰관은 10명이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주간 우한 교민들과 함께 격리시설에서 동고동락하며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한 '숨은 영웅'을 만났다.

    ◇ "가족과 이별 가장 힘들어…중학생 아들 '왜 가냐' 묻기도"

    1차 퇴소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경찰인재개발원 생활치안센터장 이동규(43) 경정은, 안부를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가족 얘기부터 꺼냈다.

    "아무래도 가족이 제일 생각나고 보고싶죠. 저뿐 아니라 (여기) 다들 그럴 것 같아요."

    이 경정은 교민 격리 장소로 경찰인재개발원이 결정된 뒤 고민 끝에 격리 시설 근무를 자원했다. 두렵고 무서웠지만 누군가 들어가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교민들과 함께 격리된 10명의 경찰 대부분 격리 근무를 자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경정은 "가족들에게 격리된다는 말 하기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모든 게 결정된 뒤 아내에게 얘기했다. 부모님은 아직 (격리 중인 사실을) 모르신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 아들과 나눈 대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여기 들어오기 직전에 아들이 걱정이 많이 됐는지 '왜 굳이 그런 곳을 가느냐'고 묻더라구요. 아빠는 경찰이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했었죠. 아들이 살짝 눈물을 짓더군요."

    ◇ 격리 내내 식은 도시락 '혼밥'…"고맙습니다" 교민들 응원에 힘냈다

    경찰들은 일과 시간이 끝나면 다음날 아침까지는 오롯이 격리된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일반적인 파견 근무와 달리, 타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거의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경정은 "지난주 결혼 기념일이었는데 격리된 상태라 아내에게 미안했다"며 "격리 기간 동안 아버지 제사가 있었거나 외부 진료를 못 받아 허리 통증으로 쓰러진 사람도 있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외롭고 힘든 격리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교민들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한다. 감염 방지 차원에서 교민과 직접 마주칠 일은 거의 없지만, 식사나 폐기물 등을 수거하러 찾은 방 앞 쪽지로 자주 소통이 이뤄졌다.

    교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모지 중에는 "매일 맛있는 식사를 챙기느라 고생이 많다.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그 말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감사하다"는 말도 있었다.

    "파견된 의료진들이 매일 오후 심리치료 방송을 진행했는데 큰 힘이 됐어요. 한번은 의사 선생님이 '펭수' 성대모사를 하는 거에요.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웃음꽃이 피어서 무거운 분위기가 확 밝아졌던 기억이 나네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 교민들이 남긴 응원 쪽지들 (사진=자료사진)

     

    ◇ 정다운 우한 영사 가족들도 2주간 격리 후 퇴소

    한편, 그는 중국 우한에 남아 교민들을 무사히 귀국 조처하는데 일조한 경찰 정다운 우한영사의 가족들이 경찰 가족임을 알리지 않은 채 격리 생활을 했던 상황도 전했다.

    "입소 때 어떤 분이 눈물을 글썽이고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해서 신경이 쓰였는데, 알고보니 정다운 영사 가족이었더라구요. 경찰관 가족임을 밝히지 않으셔서 직원들도 나중에 보도를 통해 (영사 가족의) 입소 사실을 알았던 기억이 납니다. 경찰 동료들에게 괜히 불편함을 줄까 걱정하신 것 같더라고요."

    정 영사는 경찰청 본청 외사계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8년 우한총영사관으로 발령이 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700여명의 교민을 무사히 귀국시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7살, 9살 배기 어린 아이들과 아내만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으며, 정 영사는 현지에 남아있다.

    이 경정은 "같은 경찰 이전에 세 아이를 둔 아빠로서 정 영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건강하게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번 일로 시민들을 보호하는 경찰관 본연의 임무를 다시 되새겼다는 이 경정은 교민들에게 "2주 동안 지시·통제에 잘 따라줘서 고맙다. 앞으로 집에서도 당분간 건강 관리를 철저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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