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에 공모해 최종 후보로 낙점된 여자농구의 레전드 전주원과 정선민 (사진 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농구의 레전드 전주원(48)과 정선민(46) 가운데 한명이 올림픽 사상 첫 단체 구기 종목을 지도하는 한국인 여성 사령탑에 이름을 올린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협회 사무실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농구 대표팀을 이끌 사령탑 면접을 실시하고 최종 후보를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 정선민 전 인천 신한은행 코치로 압축했다.
이문규 전 대표팀 감독은 2월 말로 계약 기간이 끝났다. 그는 2월 세르비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올림픽 진출 티켓을 따내고도 선수 혹사 논란 등으로 인해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
협회는 새로운 사령탑을 찾기 위해 공모 절차를 밟았고 6일까지 후보를 접수한 결과 전주원, 정선민을 포함, 김태일 전 금호생명 감독과 하숙례 신한은행 코치 등 4명이 지원했다.
그리고 10일 경기력향상위원회 면접 결과 여자농구의 두 레전드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
전주원은 현역 시절 천재 가드로 불렸던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한명이다.
실업농구 시절이었던 1990-1991시즌 현대산업개발에 입단해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2010-2011시즌까지 무려 21시즌동안 현역으로 활약했다. WKBL 정규리그 MVP 1회, 챔피언결정전 MVP 2회, 베스트5 7회 선정의 경력을 자랑했다.
은퇴 직후 신한은행의 코치로 선임된 전주원 코치는 2012-2013시즌부터 위성우 감독과 함께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정선민은 한국 여자농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레전드다. 별명부터 남다르다. '바스켓퀸'이다.
정선민은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통산 득점(8,140점) 및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811점) 부문 역대 1위의 주인공이다. 프로 무대에서만 무려 아홉 차례(신세계 4회, 신한은행 5회) 우승을 차지했다.
또 정선민은 2003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을 받고 시애틀 스톰에 입단,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WNBA 무대에서 활약하는 역사를 썼다.
은퇴 이후에는 여자농구 대표팀과 신한은행에서 코치 경력을 쌓았다.
그들의 전성기는 곧 한국 여자농구의 황금기였다. 둘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4강 진출 등 여자농구의 전성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주원과 정선민은 이번 대표팀 감독 지원을 통해 여자농구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전주원 코치는 "오늘 면접자 가운데 여자 감독 후보들이 많은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너무 뒤에 있었던 것 같다. 후배들을 위해 한발 앞으로 나아가 여자농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은 내 색깔을 입혀서 내 농구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해서 얼마나 극대화해 효율적으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선민 전 코치는 최근 혹사 논란 등으로 인해 여자농구 대표팀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며 "과거 한국 여자농구는 국제대회 경쟁력이 높았고 좋은 기억을 많이 안고 있는 국민들도 많다"며 "대한민국 농구를 세계 무대에 알리고 국민들에게 박수받는 여자농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전주원 선배와 내가 조금 더 나서서 이렇게 지원한 부분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올림픽 구기 종목 첫 한국인 여성 사령탑 탄생에 의미를 부여했다.
풍부한 경험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국제 농구 트렌드에 정통한 정선민 전 코치는 "이제 여자농구도 변해야 한다. 12년 만의 올림픽 티켓을 딴 선수들이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도자의 영향력도 분명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