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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같은 환경, 방역 중에도 콜 받아"…콜센터 '예고된 인재'

보건/의료

    "닭장 같은 환경, 방역 중에도 콜 받아"…콜센터 '예고된 인재'

    콜센터노조 "구로 집단감염은 예고된 인재…열악한 원·하청 구조 탓"
    "원청이 나서서 콜센터 노동자 위한 방역 대책 수립해야" 주장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3명으로 늘어난 1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코리아빌딩 선별진료소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이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해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주장이 근로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20cm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콜센터 근무환경 자체가 집단감염을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일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는 일을 할 수가 없다. 말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심각하다"며 "정확하게 상담이 되지 않아 고객의 항의도 두렵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라고 지시가 내려와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신명숙 서울시 다산콜센터 지부장은 "(구로 콜센터 직원들은) 닭장처럼 된 곳에서 옆에서 말하는 동료들이 내뿜는 안 좋은 공기를 다 마시면서 일을 했을 것"이라면서 "소음 민원 때문에 창문도 다 닫아 놓는다. 콜센터 자체가 건강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민간 콜센터의 경우 아파도 유급으로 병가를 처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구로 콜센터 첫 번째 발병자는 지난 4일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병가가 무급이기 때문에 아파도 참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 콜센터 근로자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영환 한국고용정보지회장은 "콜센터는 상담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적에 모든 것을 맞춰 대우하고 있다"면서 "상담원들은 정해진 실적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안 맞춰지면 아파도 병원에 가는 등 외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매일 방역하는 15분 동안에도 콜을 받아야 해서 다른 층의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헤드폰으로 콜을 받은 뒤, 방역이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옮겨가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의 10일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들은 이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의 본질적인 원인이 '원청-하청'의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콜센터의 약 60% 정도가 하청으로 운영되는데, 제한된 용역비 때문에 근로자들을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윤선 콜센터지부장은 "콜센터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독감·눈병 등 전염병에 평소에도 취약한 근무 환경이다"면서 "이를 예방하려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콜센터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청사로부터 도급 단가는 정해져 있고, 여기서 인건비를 따먹는 구조인 콜센터 업체가 이런 준비를 할 리가 만무하다"며 "관련한 매뉴얼도 없고 그저 개인의 위생관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원청이 나서서 콜센터 노동자를 위한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화장실과 식당을 포함해 콜센터 전체에 대한 방역과 마스크·손 세정제와 같은 방역물품 지급, 열 감지기 설치 등은 원청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면서 "의심스러우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그 휴업수당 역시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또한 "이 사태에 대해서 원청인 재벌기업과 금융기업, 공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내 문제'로 인식해서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원청들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고용의 질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구로 콜센터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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