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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뷰]미즈기와 vs 코리아 모델…방역도 국력

국방/외교

    [한반도 리뷰]미즈기와 vs 코리아 모델…방역도 국력

    日,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위기감…입국제한 승부수 통할까
    작년 기습적 수출규제와 판박이…안보상 이유 → 방역상 이유
    韓, 절제된 상응조치로 투명성·개방성 유지하며 '방역 모범국가' 호평
    아베, 韓 입국제한 풀든지 유럽도 규제하든지 딜레마 봉착 가능성

    "한국인 입국 제한" 언급하는 아베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섬나라 특성을 이용해 해상 격리를 뜻하는 미즈기와(水際) 정책으로 외래 전염병을 차단해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기민(棄民) 정책으로까지 비난받은 크루즈선 하선 거부 결정이 이런 전통에서 비롯됐고 최근 한국·중국발 입국 제한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도 휴전선에 가로막혀 섬 신세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취한 선택은 달랐다.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에 기반을 둔 '코리아 모델'이다.

    전염병의 세계적 창궐과 향후 빈번해질 가능성을 감안할 때 '방역 선진국' 타이틀은 미래 세계질서를 주도할 새로운 경쟁 분야가 되고 있다.

    한일 간에는 또 다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 가운데 입국제한까지 가해지면서 최악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당초 방역 이슈에 불과했던 코로나19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을 낳고 있다.

    ◇닮은꼴 수출규제와 입국 제한

    아베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전격 발표한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는 지난해 7월 한국행 수출규제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우리 측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나 비합리적인 명분을 들이댄 점이 대표적이다.

    아베 정부는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안보상의 이유'를 들었다.

    입국제한 조치 역시 사전협의는커녕 통보조차 없다시피 했고 이번엔 '방역상의 이유'를 명분 삼았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나서 사전통보 사실을 강조했지만, 청와대는 "사전협의나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일본 측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밤중에 주한 총괄공사를 불러 따져 물었음에도 정확한 내용 파악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외교부가 다음 날 "극히 유감"을 표명하고 강경화 장관이 일본대사를 직접 초치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곧바로 맞불 조치를 발표한 배경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에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시인했듯 관료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략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지지세력 결집으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를 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일본 입국 제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그때와는 다르다…'코리아 모델'로 절제된 대응

    닮은꼴 이면에는 다른 점도 있다. 한국은 수출규제에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선언으로 강경 대응했다. 이번에도 비자 면제 조치 무효화 등으로 맞섰지만 강도는 그때보다 약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절제된 상응 조치"라며 "(일본처럼) 문을 잠그기보다 흐름을 통제하면서 합리적으로 균형 잡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일본의 '14일 격리' 조치에 대해 수위가 한참 낮은 특별입국절차로 맞섰고 '이착륙 공항 2곳 제한' 조치에는 아예 대응하지도 않았다.

    이는 일본의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대응할 여지를 남겨두려는 계산과 함께, 비슷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중국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4월 총선에 반일감정을 이용하려 한다는 보수 야권의 '친중·반일' 프레임을 경계해 왔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 그룹도 이번 사건을 너무 확대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이 사전협의 없이 결정한 것은 분명 불쾌한 일이지만 그들의 상황도 다급했던 만큼 방역 주권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계적인 공포 분위기 속에 서로 빗장을 거는 각국의 행태와 차별화함으로써 성숙한 모범사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특별입국절차, 출국검역, 국내통제 등 '방역 3종세트'만 제대로 가동하면 무리한 입국·이동 제약 없이도 얼마든지 전염병을 물리칠 수 있다는 '코리아 모델'을 띄우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당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붕괴를 걱정할 정도로 비관론과 패배주의가 흘렀던 반면 이번에는 대체로 담담한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수출규제 때는 상황 악화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일본 편을 든다는 의심을 받았던 미국이 이번에는 아예 무관심한 것도 차이점이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의 방역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3월 지나면 입국 제한 풀릴까…日 딜레마 겪을 수도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는 일단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따라서 한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된다면 제한 조치를 푸는 게 당연하다.

    이미 일본 내에조차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수출규제 당시 반한(反韓) 감정이 확산되고 아베 총리 지지율이 상승했던 것과 반대 현상이다.

    하지만 제한조치 해제는 정치적 해석을 낳을 공산이 크다. 방역 차원을 넘어 외교 문제로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상응 조치에 시한을 두지 않았다. 일본의 행동을 지켜본 뒤 움직여도 늦지 않는 셈이다. 자칫 일본이 먼저, 그것도 일방적으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만약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에는 우리 정부로선 불가피하게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첨단 진단검사 때문에 역설적으로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발견)한 한국으로선 매를 일찍 맞은 격이어서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지소미아 카드가 패착이 된 수출규제 때와 달리 전반적 형세는 한국에 우호적이다. 물론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을 되찾는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얘기다.

    일본의 논리대로라면 확진자 규모가 한국을 추월한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당장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베 총리로선 한국에 대한 제한조치를 풀든지, 유럽 주요 국가들을 무더기로 입국 금지하든지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으로선 딜레마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다만 비자 발급 완화 등 제한조치의 부분 해제를 통해 풀어나갈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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