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심재철 권한대행과 조경태 최고위원 등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해단식에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참패 후폭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황교안 대표 사퇴 뒤 지도부 공백을 어떻게 수습할지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대여(對與) 협상이나 위성정당 합당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터라 계속 두고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논의는 당선자 중심으로 이번주 중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장의 쟁점은 차기 원내대표 선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여부, 그리고 차기 당권을 둘러싼 전당대회 실시 등이다.
◇ '김종인 비대위' 제동 건 중진들당장의 리더십 권한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행사하고 있다. 본인은 대다수 최고위원과 함께 낙선했지만 황 대표 사퇴에 따른 권한대행 차원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는 20일 이후 판도는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주 중 당선자 대회가 열릴 것이고, 이에 따라 의사결정도 21대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당선자들은 임시 지도부더러 중장기적 계획을 짜기보다는 자신들에게 권한을 넘길 실무적 작업에 집중해달라고 요구한다. 특히 심 원내대표가 자신들과 상의 없이 지난 17일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을 찾아 비대위원장 직을 제안한 데 대한 반발이 나온다.
3선이 된 김태흠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총선 결과에 책임이 있고 총선에 실패한 심 대행이 당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외부인사에게 당을 맡아 달라고 하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고 무책임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통합당 신설합당 당시 당헌·당규에 적어넣었던 '8월 전당대회'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추진은 그 원칙을 어기는 예외에 해당하는데 그걸 독단적으로 정했다는 지적이다.
총선에서 생환한 한 영남권 중진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 전당대회 원칙을 다 무시하고 '김종인 비대위'를 꾸려야 할 근거가 뭔지 잘 모르겠다. 당내 총의가 아직 모이지 않았다"라고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 혁신 기회 놓칠까 전전긍긍반면 이런 '원칙론'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주장도 있다. 외부인을 들이지 않고 이 상태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결국 영남권 중진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편성될 텐데 그럴 경우 체질 개선의 기회조차 날려버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수도권 당선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냐 비대위냐, 이런 내부 다툼이 아니라 우리가 선거를 통해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지 따져보는 것"이라며 "수도권, 청장년 중심으로 민심의 요구부터 정확히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일갈했다.
나아가 김종인 위원장에게 비대위를 맡기되 권한을 더 보장해주자는 의견도 있다. 단순 관리형이 아니라 체질 개선을 이끌 '혁신형 비대위'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혁신을 이끌기 위해 차기 전당대회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룰 논쟁'이 점화될 경우 조기 전당대회 요구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3선 반열에 오른 하태경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같은 어르신 중심 보수정당으로는 당이 부활하기 어렵다"면서 "당원 70%, 여론 30%를 합산하는 전당대회 선출규정을 여론 100%로 바꿔 젊은 지지자를 모으고, 국민정당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패닉' 상태를 이겨내고 이런 분분한 의견을 한 데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은 20일 본회의에 앞서 간만에 의원총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