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렸어도 자식 사랑만은 기억하는 경남 통영의 할머니의 사연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집 앞에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만 보면 달려 나와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놓고 사라진 80대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20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50대 여성인 A씨는 지난 2월 통영 서피랑 마을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에 돈과 음식을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
지난 13일까지 5차례나 주차했다가 돌아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꼬깃꼬깃하게 접힌 5만 원 지폐와 과자, 떡 등이 담긴 비닐봉지가 차량 손잡이에 늘 있었다.
혼자 차량을 운행하는 A씨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불안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통합관제센터 CCTV를 분석한 결과 홀로 마을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86살 할머니가 이런 일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이 할머니는 자신의 집 앞에 아들의 차량 색깔과 같은 빨간색 차량이 주차될 때마다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몰래 두고 사라진 것이다.
이 할머니는 30여 년 전 남편을 여의고 홀로 2남 4녀를 키웠다. 이 중 다섯째인 장남을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다고 한다.
(사진=경남경찰청 제공)
치매에 걸렸어도 아들이 타고 온 차량 색깔을 똑똑히 기억하고, 빨간색 차량만 보이면 아들이 온 것으로 생각해 불편함 몸을 이끌고 모아둔 쌈짓돈과 먹거리를 들고나왔다.
아들은 몇 년 전까지 어머니 집 근처에 살았지만, 지금은 타지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자인 A씨는 "불안한 마음이 해소됐지만, 뭔가 모르게 가슴이 찡하게 울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할머니가 남겨 둔 21만 원을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