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캡처)
북한은 수도 평양에서 상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북한은 지난 25일 유튜브 'Echo DPRK' 계정으로 '진실 혹은 거짓-사재기'(True or False-Panic buying)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은아의 평양 여행 시리즈'(Un A's Pyongang Tour Series)라는 부제에 '평양 대성백화점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은아라는 북한의 젊은 여성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대성 백화점을 둘러보는 영상이였다. 평양 문수거리에 있는 대성백화점은 북한에서 손꼽히는 현대적 쇼핑센터로, 지난 2018년 4월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했다.
이 여성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4월 24일입니다. 최근 한 서방언론이 조선경제에 대해 보도했는데요, 저는 오늘 그걸 확인해보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라고 영상을 시작했다. 이어 3명의 손님과 1명의 종업원 인터뷰가 이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쇼핑 중인 젊은 여성에게 "요즘 물가가 비싸졌습니까?"라고 묻자 "별로 모르겠습니다"라고 했고, 같은 질문을 중년 여성에게도 하자 "글쎄요. 대동강 과수농장 제품은 오히려 조금 눅어졌던데요"라는 답변이 나왔다.
또 한 여성은 "수입품이면 몰라도 우리나라 상품인데 물가가 비싸지겠습니까. 수입품 찾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다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데"라고 말했다.
"상점에 상품이 모자라지는 안느냐"는 질문에 한 여성 종업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순환이 빨라서 잘나가는 상품도 있고 안 나가는 상품도 있는데,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요약하면 평양의 물가는 안정적이고, 물품은 모자라지 않으며, 수입품보다 국산품을 애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평양은 평온하다는 메시지이다.
이를 위해 옥수수 뻥튀기, 초콜릿 빵, 술, 음료, 라면 등의 상품이 가득 차 있는 밝은 조명의 매장, 화려한 쇼핑센터, 쇼핑에 나선 세련된 의상의 평양 주민들이 적절이 활용됐다. 영상을 보면 느낄 수 있는 세련된 편집, 카메라의 흔들림 없는 움직임, 영어 자막 등이 이런 메시지의 사실감을 높였다.
은아라는 여성은 이런 인터뷰를 토대로 "우리가 코로나19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가짜 뉴스'(fake news)는 가장 원치 않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각심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결국 조선 경제에 대해 언급한 서방 언론의 보도는 '가짜 뉴스'라는 얘기이다.
이 유튜브 영상에 나온 서방 언론 보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평양의 사재기 현상과 연결시킨 워싱턴 포스트의 26일자 보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영상이 그 이전인 24일 촬영됐기 때문이다. 시점으로 보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 뉴스의 22일자 보도 등으로 추정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다만 이 보도는 평양 일각의 사재기 현상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방역조치와의 연관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차단을 목적으로 전국에 올해 말까지 수입 제한을 골자로 한 당 중앙위원회·내각 공동결정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서에는 필수품 외 수입 제한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일부 시장에서 가격 폭등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평양시 낙랑구역에 있는 통일거리시장(2천평 규모)을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Echo DPRK' 계정은 2017년 8월 20일 개설됐는데,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의 애나 파이필드 베이징 지국장은 26일(현지시간) '김정은이 아프거나 더 나쁜 상태라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평양도 떠들썩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양에서도 김 위원장의 부재와 관련된 풍문이 돌고, 주민들이 세제부터 쌀, 술, 전자제품까지 모든 것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