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에 대한 성착취물을 제작한 이른바 '박사방' 조주빈(25) 측이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부인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주빈과 공범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 닉네임 '태평양' 이모(16)군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입장을 정리하고 재판 계획을 세우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날 이군을 제외하고 조주빈과 강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낀 채 법정에 출석했다.
조주빈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성년자 등을 포함해 25명의 피해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이를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이 조주빈을 재판에 넘기며 적용한 죄명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아청법) 음란물제작·배포 등 각종 성착취 범행을 포함해 모두 14개에 이른다. 다만 조주빈은 첫 재판서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기소된 죄명 중 강제추행, 강요 및 강요미수 혐의, 일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중 유사 성행위, 강간미수 등 혐의를 부인한다"며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재판 후 취재진을 만난 조주빈 측 변호인은 "영상 제작 및 배포는 모두 인정하는 등 많은 범죄사실을 인정한다"면서 "다만 제작과정에서 폭행 및 협박이 없었고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 부인한 것"이라며 변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조주빈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처벌을 받을 각오로 오늘 출석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공범 이군과 강씨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강씨의 경우 조주빈과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부따' 강훈이 지난 17일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다만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대해서는 셋 모두 "거부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날 재판부는 일각의 피해여성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한 듯 재판 절차 진행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통상 첫 공판준비기일에 진행되는 검찰의 공소장 낭독 절차도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취재진과 방청객에게 잠시 법정을 나가줄 것을 요구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언론을 통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도 있다"면서도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가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하면서 비공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른 공범과의 사건 병합 여부에 대한 재판절차 진행 등 검토를 위한 준비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오는 5월 14일 오후 2시에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이날 오전엔 같은 법원 형사합의 31부(조성필 부장판사)가 조주빈의 또다른 공범인 한모(27)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한씨는 조주빈의 지시로 미성년자에게 유사 성행위를 시키는 등 성착취 범행을 저지르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한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자백하고 있다"며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수의를 입고 머리를 짧게 깎은 채 법정에 나온 한씨도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인정한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