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사진=송호재 기자)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한 여성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다.
부산여성의전화는 오는 6일 최말자(74·여)씨가 강간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자신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다고 4일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 1964년 5월 최씨(당시 18세)는 자신을 강간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에 저항하다 혀를 깨물어 상처를 입혔다.
중상해 혐의로 붙잡힌 최씨는 6개월 동안 구속 상태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당시 최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묵살당했고, 오히려 검찰로부터 가해자와 결혼할 것을 종용받는 등 강압적 수사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당했다.
최씨는 결국 부산지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가족의 냉대와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내며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최씨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 용기를 내 부산여성의전화를 찾았고, 상담 끝에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최씨 측과 여성·시민단체 353곳 등은 오는 6일 오후 1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여성의전화는 "최씨는 미투 운동을 보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며 "현재도 만연한 여성의 방어권에 대한 사법기관의 부족한 인식을 낱낱이 밝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는 데 큰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