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고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이동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경기가 열린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후반 9분 전북 이동국이 3대1로 앞서는 골을 터뜨렸다. 이동국은 득점 후 한교원과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콜린 캐퍼닉이 인종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국가가 울릴 때 했던 동작이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의 사망 사건을 넘어 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한 세리머니였다.
이동국은 경기 후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고, 나도 해외 생활을 하면서 그런 차별을 겪었다"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미래의 세상에는 없어져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5월8일 수원 삼성과 개막전에서도 2020년 K리그 1호골을 성공시킨 뒤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최근 유럽 축구에서는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세리머니가 이어지고 있다.
제이든 산초(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이너웨어에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글귀를 적었고, 리버풀과 첼시 등 다수의 구단들이 단체로 한쪽 무릎을 꿇고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인종 차별 반대에 나섰다.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담은 세리머니를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나온 세리머니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동국에 앞서 오산고 차두리 감독도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차두리 감독은 오산고 축구부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은 사진을 올리면서 "피부색, 태생, 환경 그 무엇도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나와 우리 오산고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은 인종차별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피부색이든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모두가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