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주변 '트럼프 산성' 구축에 활용됐던 험비 차량들이 7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스미소니언 박물관 근처로 후퇴해 있다.(사진=권민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DC 지역에 배치됐던 주 방위군 철수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모든 것이 완전한 통제 하에 있는 만큼, 나는 방금 우리의 주 방위군에 대해 워싱턴DC에서 철수하는 절차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적었다.
지난 5일 워싱턴DC 인근에 집결했던 연방군 병력의 원대복귀 지시한데 이어 주 방위군의 철수도 명령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의 풍경도 바뀌었다.
이 곳은 10톤이 넘는 탱크들과 험비(humvee) 차량들이 진을 치면서 백악관과 시위대를 분리하는 장소였다.
과거 이명박 정권 때 세종로 시위대 가두는데 활용됐던 '명박산성'과 같은 역할을 했던 군 장비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장비들은 이날 백악관 주변에서는 목격되지 않았다.
대부분 철수한 상태였고, 일부만 이 곳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백악관 동남쪽 스미소니언 미국사 박물관 앞에서 부분적으로 눈에 띄었다.
이 덕분에 백악관 앞 시위 현장은 평화롭고 축제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 철수 명령은 시위가 평화로워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시위에 군을 투입한 것을 놓고 전직 군 장성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한 것에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도 보인다.
이날도 군 출신 고위직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장군 출신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도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효과적인 대통령'이 아니었으며 재임 첫날부터 내내 거짓말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 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아들 부시 전 대통령 때 관직을 맡은 공화당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고 우리는 그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헌법에서 벗어났다"고 쐐기를 박았다.
전날에는 89명의 전직 군 장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언론사 광고 면에 실었다.
그들은 해당 글에서 한 목소리로 트럼프를 꾸짖고 시위대에 군을 투입하겠다는 협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장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단결시키려는 노력은커녕 그런 모습조차도 보이지 않은 첫 대통령이다"고 비판했고, 마크 에스퍼 현 국방장관도 대통령이 정규군을 시위에 투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공개리에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