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호세 페르난데스와 박건우 (사진=연합뉴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못 던지는 선발투수의 맞대결로 시작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잠실 라이벌전은 안타를 계속 치고 끊임없이 출루하는 양팀 타자들의 타격 쇼로 인해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과는 의외였다. 부상자가 많아 정상적인 라인업을 꾸리지 못한 두산의 화력이 선발 차우찬과 주축 타자들을 대거 출전시킨 LG를 완전히 압도했다.
LG 역시 두산 선발 이영하를 무너뜨리며 꾸준히 득점을 올렸지만 1회초에 5득점, 2회초에 8득점을 몰아친 두산의 파워를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은 19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KBO 리그 LG와의 시즌 두 번째 3연전 첫 경기에서 18대10으로 승리했다.
두산의 라인업은 경기 시작 전까지만 해도 탄탄해보이지 않았다. 이유찬이 리드오프를 맡았고 백동훈, 권민석 등 신예들이 라인업을 채웠다. 오재일, 허경민에 이어 박세혁과 김재호마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은 1회초부터 화끈하게 몰아쳤다. 1번 이유찬부터 6번 국해성까지 6명의 타자들이 3안타, 2볼넷, 몸 맞은 공 1개로 연속 출루했다. 순식간에 5점을 뽑았다.
차우찬은 1회에만 43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는 24개에 불과했고 볼이 19개로 많았다.
그런데 제구 난조는 두산 선발 이영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1회말 볼넷과 몸 맞은 공으로 내준 득점권 위기에서 채은성에게 적시타를 맞고 1실점 했다.
LG 차우찬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두산은 2회초 LG 마운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선두타자 이유찬의 볼넷, 호세 페르난데스의 안타, 박건우의 적시 2루타가 연속으로 터지자 LG는 차우찬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불을 끄지 못했다. 김재환의 볼넷, 최주환의 2타점 2루타, 국해성의 적시타, 정상호의 적시타가 이어졌다. 두산이 2회초 5점을 뽑는 동안 LG 마운드는 단 1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했다.
이후에도 두산은 계속 몰아쳤고 2회초에만 대거 8점을 뽑아 스코어를 13대1로 벌렸다.
차우찬의 최종 기록은 1이닝 6피안타 3볼넷 8실점. 스트라이크와 볼넷의 비율이 1대1에 가까웠다.
일방적인 승부 같았지만 두산은 쉽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이영하의 난조가 계속 됐기 때문이다.
LG는 5회까지 매이닝 점수를 냈다. 2회말 3득점, 3회말 1득점, 4회말 2득점 그리고 5회말에 1득점을 올렸다.
이영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댄 스트레일리가 부러워할만큼 압도적인 득점 지원을 받았지만 4회를 넘기지 못했다. 3⅔이닝 9피안타 1볼넷 7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총 투구수 91개 중 볼이 36개나 됐다.
두산 정수빈 (사진=연합뉴스)
두산은 15대8로 앞선 6회초 대타 정수빈이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때려 LG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두산은 총 20안타를 쳤다, LG는 15안타를 기록했다. 양팀 라인업의 무게감 차이를 감안하면 두산 타선이 압도적인 집중력을 발휘한 경기였다.
두산은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다.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국해성과 2안타 3득점 1타점을 올린 이유찬을 필두로 무려 8명이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전 부상자가 많은 팀의 상황에 대해 "부상없이 시즌을 치르기는 어렵다"며 "이 기회에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두산의 잇몸은 이만큼 강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지난 두 시즌동안 두산에 7승25패로 약했다며 "두산을 넘어야 순위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라이벌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두산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3위 두산은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23승16패를 기록해 2위 LG(25승14패)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