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각 등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집행유예로 법정을 빠져나가는 김 전 실장을 보며 "법이 이런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9일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실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는지 여부, 첫 유선보고를 받은 시각 등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국회에 보고시각 등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당시 "모든 국민의 관심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를 시시각각 보고받고 탑승자 구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였는데 당시 대통령은 직무실이 아닌 관저에 머무르면서 세월호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서면 답변서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고 대통령이 대면 보고받는 이상으로 (세월호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기재했는데 이는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한 허위사실기재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같은 보고시간 조작이 김 전 실장 자신의 이익을 위한 범행이 아닌점을 참작한다며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기소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그의 후임자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법정에는 여느 때처럼 노란 외투 혹은 티셔츠를 입은 유가족들이 가득 찼다. 재판장이 선고를 마치자 이들은 한동안 허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선 김기춘 전 실장 등을 바라보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판결 직후 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선고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가족협의회 김광배 사무처장(故건우군 아버지)는 "저희 엄마 아빠들은 나중에 우리 아이들을 만나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냐. 자식을 잃은 우리 부모들은 이 책임자들에게 법적처벌을 기대할 수 없는 거냐"며 "이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자는 이렇게까지 해도 대한민국 법이 용서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기소한 검찰에게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상고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