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3종 경기 유망주 故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인 경북 경주시청에 낸 자필 진술서가 공개됐다.
팀 내 폭력과 가혹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경주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공개한 최숙현 선수의 진술서에는 "A 선수가 ×××× 등의 욕설을 했다. 감독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잘하고 열심히 하면 선배 선수에게 항상 '감독님한테 잘 보이려고 발악을 한다'며 비꼼을 당했고 질 안 좋은 애라고 소문내면서 욕을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피해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또 "복숭아 한 개를 먹었는데 말하지 않았다고 1시간 가량 폭행했다"거나 "강압적인 팀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진술서는 최숙현 선수가 지난 3월 4일 경주시청에 피해사실을 자필로 적어 우편으로 보낸 것이다.
최숙현 선수가 직접 쓴 진술서(사진=김승원 의원실 제공)
숨진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지난 2월 6일 경주시청을 찾아 트라이애슬론팀 폭행 사태에 관한 민원을 제기했고, 경주시는 1주일 뒤인 2월13일 최 선수와 함께 뛰었던 동료 선수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전화 조사했다.
나흘 뒤인 17일에는 최 선수와 전화 통화로 1차 조사를 진행했고, 최 선수는 3월4일 자필 진술서를 경주시청에 우편으로 보내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알렸다.
하지만 경주시청은 진술서를 확보하고도 당시 선수단이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최 선수는 지난 3월 검찰에 사건을 고소했고,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승원 의원은 "선수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주시가 이 문제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는 22일 열리는 국회 청문회에서 경주시청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규봉 전 감독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북지방경찰청은 17일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김규봉(42) 전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전 감독은 최숙현 선수를 포함한 전·현직 선수들을 때리고 폭언을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하고, 해외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금품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2일 김 전 감독과 장윤정 전 주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 증거품을 확보한 뒤 16일 김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경찰은 조만간 주장 장윤정 선수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전문]진술서 내용 |
2019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체중이 안 빠진다는 이유로 하루에도 6번 이상 모든 사람이 있음에도 체중을 재도록 하고 부르라고 말했으며 조금 쪘다는 이유로 팀 사람들에게 질책을 받고 욕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복숭아 1개를 먹었는데 그걸 말하지 않았다고 1시간가 량 폭행이 있었고 강압적인 팀 분위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감독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잘했고, 열심히 하면 A 선수에게 '항상 감독님한테 잘 보이려고 발악들 한다.' 그런 식으로 비꼼을 당한 건 기본이고 팀내 다른 선수에게 제가 OO라고 소문내고 질 안 좋은 애니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고 다니고 그 당시 사람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B 선수도 자칫 조금의 실수라도 있으면 OOO, OO, OOOO 욕을 일삼았고 저를 더러워하듯 항상 피했습니다. 모든 빨래와 설거지는 후배들의 몫이었고 물을 매 운동시간마다 뜨고 모든 잡일은 후배들의 일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더 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