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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든 게 정부 탓" "내가 누군데"…코로나가 드러낸 민낯

[영상]"모든 게 정부 탓" "내가 누군데"…코로나가 드러낸 민낯

사랑제일교회와 8·15 광화문 집회, 코로나 새 뇌관인데…
"정부가 교회 탓으로 돌리며 정치 선동질 한다"
일부 보수 인사 '방역 비협조"도 계속
방역당국 "조치사항 믿고 협조해달라"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가 집결한 8·15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직접적으로 예배나 집회에 참여한 이들부터, 이들과 궤적을 같이하는 보수단체들까지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부가 정치방역을 하고 있다"며 되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방역에 비협조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처참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확진자 급증 교회 탓 아냐"…"중국인 입국 허용한 정부가 문제"

"코로나로 정치 선동질하는 청와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10여 명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교회수호결사대와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 보수 개신교계를 주축으로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효자동 삼거리 인근 광장은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지정한 '집회금지구역'이지만, 이들은 '기자회견' 형식으로 행사를 강행했다.

14일부터 확진자가 계속해서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종로구 보건소는 기자회견 참여자들에 대해 일일이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실시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 가운데 8·15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여한 분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말고 의료기관으로 이동해 진단검사를 받으시길 바란다"는 방송을 했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겨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우리나라는 19일 새벽 0시 기준 1만6058명의 확진자를 기록해 스페인, 영국, 러시아 등에 비해 수백 배에서 수십 배나 적은데 왜 이토록 국가적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느냐"며 "학계에서 인정하는 코로나19 잠복기는 평균 5.2일인데, 8·15 집회 다음 날 대량 확진자가 쏟아진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해제했다"며 "상식적인 국민들은 정부가 외국인, 특히 중국인에 대한 입국거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걸로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발병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사진=이한형 기자)

 

물론 이런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중국 후베이성에서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의 절대 다수는 사랑제일교회를 포함한 지역감염에서 비롯됐다.

이들 단체는 대다수 교회는 방역수칙을 가장 모범적으로 지켜왔다며 예배와 모임 중단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교회를 희생양 삼은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연사의 망언도 나왔다. 발언자로 나선 진실역사교육연구회 홍영태 대표는 "세월호 사망자가 306명인데, 어제 코로나19 사망자가 306명을 넘어섰다"며 "세월호(참사)가 정부의 정책이 잘못돼 발생한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교통사고일 뿐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정부 정책으로 말미암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종로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별도의 방역조치를 마쳤다.

◇일부 보수 인사 방역 비협조로 구설수…방역당국 "협조 절실하다"

차 전 의원은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전 지사와 얼굴을 밀착한 채 사진을 찍었다.(사진=연합뉴스)

 

이와 더불어, 일부 보수인사들의 언행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미래통합당 차명진 전 의원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에 "어머니가 광화문 집회에 코로나 환자가 드글드글한데 왜 거기에 갔느냐며 통곡하셨다"며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사람들은 거기 안 갔고, 야외에서는 코로나를 옮기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차 전 의원은 검사를 받으러 기 직전까지도 "방송에 얼굴도 나왔고 주변 사람들이 괜한 걱정도 하기에 할 수 없이 검사를 받으러 간다"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방역 비협조 행위도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보수 유튜버 신혜식씨는 병상에서 방송을 켜 논란이 됐다. 12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자신의 방송에서 "코로나에 걸린 게 죄냐. 제가 걸리고 싶어 걸렸나. 정부 때문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을 하지 말라는) 간호사와 대판 싸웠다. 소통만 못 하게 해봐라. 자해 행위라도 벌일 판이다. 건드리지 마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요청한 경찰관에게 호통을 치기까지 했다. 김 전 지사는 경찰관에게 "혐의가 있든지 해야지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냐"며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영상을 지난 19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그는 심지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상태였다.

(사진=김 전 지사 페이스북 캡처)

 

김 전 지사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자택을 나온 A씨와 함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관은 강제 검진 대상인 A씨를 보건소로 강제 연행을 하려고 시도했고, 김 전 지사에게도 동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집회에 참석했던 미래통합당 민경욱 전 의원은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가족들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민 전 의원의 가족들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역에 다녀와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민 전 의원에 대해 집 문을 열어주지 않자 민 전 의원이 가족들에게 둔기 사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민 전 의원은 "아파트 문 잠금장치가 걸려있고 집 안에 아무도 없어서 경비실에서 장도리를 빌려서 문이 열리나 한 번 시도했던 과정이 잘못 알려졌다"고 반박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나 8·15 광화문 집회 참여자들에게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에 이어서 지난 광복절 대규모 집회가 전국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시 버스 대절을 통해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였고, 집회를 통해 감염 증폭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요원, 지자체, 저희 방역당국 그리고 정부의 조치사항을 믿고 협조해 주시기를 거듭 요청한다"며 "지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셨던 분들은 지금 즉시 가까운 선별진료소에 가셔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20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한국교회 탄압, 마녀사냥 문재인 대통령 규탄 긴급 기자회견'(사진=차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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