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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임통치, 책임돌리기…北 반발 우려

국회/정당

    김정은 위임통치, 책임돌리기…北 반발 우려

    국정원, 국회 정보위에 김정은 '위임 통치' 보고
    9년 통치 스트레스, 정책실패시 책임돌리기 분석
    "김여정 후계 통치는 아니다" 선긋기
    김정은 건강이상설엔 사실과 다르다
    北 '최고 존엄'에 대한 '모욕'으로 인식할 듯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왼쪽부터) 김상균 1차장, 박 원장, 박정현2차장. 윤창원기자

     

    국가정보원은 2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권한 일부를 이양하는 방식의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여정은 사실상 2인자"라면서도 "후계자 통치는 아니다. 책임 돌리기"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북한 내 '최고 존엄'을 향한 남측의 "통치 스트레스", "책임 돌리기" 등의 발언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여정이 위임 통치, 후계 통치는 아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김 위원장의 일부 권한 이양과 코로나19 상황, 최근 집중호우 피해상황 등을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며 "후계 통치는 아니다. 후계자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전략 보고를 받고 다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6월 국내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대남 비방 수위를 높이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하는 등 대남 강경책을 주도했다.

    북한에서는 '위임 통치'란 말을 쓰지 않는다. 해당 문구는 최근 북한의 권력구조를 분석한 국정원의 표현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절대 권력'으로 추앙받던 김 위원장의 권한 일부가 김 부부장을 포함한 일부 측근들에게 이양된 것을 두고 국정원은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은 "위임 통치는 김 부부장 1인에게만 다 된 것은 아니고 (김 부부장이)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해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군사 분야에서는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이병철 부위원장 등에게 부분적으로 권한이 이양됐다"고 설명했다.

    ◇통치 스트레스 줄이고 정책 실패시 책임 분산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권한 일부가 측근들에게 분산된 배경을 통치 스트레스 해소와 책임 분산으로 분석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토대로 "첫 번째는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라며 "김 위원장이 9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두 번째는 정책 실패시 김 위원장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차원에서 위임받은 쪽에 책임을 돌리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병기 의원은 북한 내 코로나19 전파와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북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집중호우로 인해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생 인원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국경봉쇄가 장기화되고 있고 외화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년도 주요 건설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당 핵심기관들이 긴축 운영하는 등의 동향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다가 긴급대응으로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북한이 대북 제재 장기화로 군 훈련량이 예년보다 25~65%로 줄고, 영변5메가와트(MW)급 원자로도 2018년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고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전쟁 억지력 강화를 천명하면서도 대미 협상라인을 구성하는 등 대미 문제에서 강온 양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고 존엄에 대한 '모욕' 北 반발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 달리 집권 초기부터 전문 관료들에게 주요 현안을 적극 챙길 것을 주문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008년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뒤에도 연간 100회에 육박하는 현지지도를 직접 다니며 중앙집권적 권력 강화 행보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은 전문 각료를 현지지도 활동에 급파하는 등 당차원의 대응을 주도했다.

    최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코로나19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됐던 개성시를 찾아 긴급 점검하고,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총리가 수해 현장을 찾아 조속한 복구를 지시한 게 단적인 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정운영의 핵심이자 권력의 상징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기존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확대 개편하는 등 일부 권력 분산도 시도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이날 "통치 스트레스 경감", "정책 실패시 책임 돌리기" 분석을 한 것을 놓고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북한 내 최고 존엄의 통치행위를 놓고 외부 세력,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남측이 이런 분석을 내놓은 것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국정원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전혀 없는 것 같다. 여러 출처상 (건강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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