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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삼성 부사장 '국감 증인 철회' 사건의 이면

국회/정당

    [정알못]삼성 부사장 '국감 증인 철회' 사건의 이면

    [쉽게 풀어쓴 뉴스⑳] 증인 채택과 출석
    삼성 주은기 부사장 출석 요구 2주 뒤 철회
    류호정 "유착 의심"…여야 "소통 문제일 뿐"
    의원실 드나드는 기업 대관팀…속사정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계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회가 부른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유감입니다" "증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저희가 요구한 증인은 왜 채택하지 않습니까"

    '증인'이란 말은 법정뿐 아니라 이처럼 국회 국정감사장 안팎에서도 종종, 아니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자꾸 쟁점이 되는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때론 벼린 칼이, 때론 단단한 방패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정알못'을 위해 쉽게 풀어쓴 뉴스. 오늘은 국회가 증인을 왜, 어떻게 채택하는지, 또 출석 과정에 얼마나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는지, 그 속사정을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산회 뒤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삼성 부사장 '증인 철회' 사건

    국회 산자위는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는 주은기 부사장에게 보냈던 증인 출석 요구를 지난 7일 전격 철회했습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을 따져묻겠다며 신청한 증인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측에서 수용했다가 2주 만에 다시 뒤집은 것입니다.

    여야는 철회 결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체적인 여러가지 점들을 고려하다 보니까 불가피하게 교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유감이지만 부족함이 있었다면 종합감사 때 부르도록 협의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국감장에는 대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종민 상무가 나왔습니다. 국회가 요구한 명단엔 없었던 사람인데 '자진 출석'이라는 형식을 들었습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이 상무의 한 마디. 본인의 출석이 언제 결정됐느냐는 류호정 의원 질의에 그는 "추석 전에 회의했을 때 제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류 의원과 정의당은 황당해 했습니다. 주은기 부사장 증인 채택 철회를 누군가 사전에 알려줬고, 삼성 측은 대신 출석할 증인을 미리 정해놓은 게 아니냐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기업 대관팀 읍소가 영향 끼쳤을까

    증인이 채택됐다 철회되기까지,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먼저 산자위 소속 의원들 사무실에는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자주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류호정 의원실에 찾아왔던 대외협력팀 이모 상무가 언론사 기자 출입증을 소지한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죠.

    이렇게 오가던 삼성 측 이른바 '대관(對官)' 직원들의 요청이 증인 철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야는 다만 그게 '유착 정황'이라는 정의당 주장에는 선을 긋습니다.

    애초부터 이번 국감에는 재벌 오너나 가족을 불러 호통 치는 방식보다 실제 현업을 잘 알 만한 사람을 지정하기로 원칙을 세웠었다는 겁니다. 개인 비위로 지목된 당사자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망신 주기' 방식은 피하자는 취지로요.

    더구나 삼성전자에서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김석기 부사장이 민주당 측 요청을 받아 따로 출석하기로 한 상황이니 1명이면 충분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교섭단체 못 꾸려서 억울할 따름

    증인을 신청하는 주체는 기본적으로는 개별 의원입니다.

    하지만 권한을 무한정 줄 수는 없겠죠. 국정감사 한 번 열릴때 1개 상임위원회 당 증인 신청이 많게는 100여명씩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실제 출석 요구는 위원회 이름으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누굴 넣고 누굴 뺄지, 증인 채택 협의는 국회의원 20명이 넘는 이른바 '교섭단체'끼리 하게 돼 있습니다.

    때문에 교섭단체가 꾸려지지 않은 정당, 혹은 무소속 의원이 신청한 증인은 묵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번에 류호정 의원이 억울해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여야는 그래서 류 의원의 아쉬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증인 철회 과정에서 정의당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뿐 크게 문제될 만한 건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정의당 입장에선 이번 총선에서 5석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게 분할 따름이죠.

    불출석 사유서.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증인 출석, 끝까지 거부할 수 있나

    정의당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라도 오는 26일 종합감사에 삼성 측 책임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증인으로 부르려면 7일 전까지는 상임위 이름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야 하거든요. 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통보를 받은 사람은 무조건 나가야 하느냐?

    뭐,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참작할 사정이 있으면 '불출석 사유서'를 다시 국회에 내면 됩니다.

    다만 그 이유가 정당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여야가 합의하면 위원장 이름으로 '동행 명령장'을 발부할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당시 안종범 증인에게 국회 경위(방호담당관실 직원)들을 보냈던 장면, 기억하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강제 구인'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거부할 경우 국회는 해당 증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습니다.

    범죄자들은 그렇게 끝까지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만 이름 난 정치인이나 기업은 그게 좀 어렵습니다. 이 과정이 계속 언론에 보도될 텐데 평판이 곧 권력이고, 또 돈이거든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그렇게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죠. 그 뒤로 신세계가 국회 담당 대관팀을 크게 강화했다는 썰, 괜히 나온 게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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