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만취한 상태로 길거리에 앉아있던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허경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준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말 새벽 2시 10분쯤 술에 취해 길거리에 주저앉아 있던 여성 B씨를 발견한 뒤 모텔로 데려가 약 2시간 동안 추행하고 성폭행을 저지르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의 상의를 벗기고 추행하는 한편 강간을 시도했지만 B씨의 거부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공판 과정에서 "특정 신체부위를 추행하긴 했지만 준강간의 고의는 없었다. 추행만으로 준강간을 행하려 했다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항거불능 상태인 B씨에게 접근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생각으로 준강간 실행에 착수했다 피해자가 거부하자 미수에 그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피해자는 만취해 술집에서 나와 아이스크림을 산 사실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나중에 (카드) 결제내역을 보고 기억할 정도로 취한 상태였다. CC(폐쇄회로)TV 등을 보면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갈 시 항거불능 상태였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바지를 벗긴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피고인은 성관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길에서 피해자를 우연히 발견하고 모텔로 데리고 들어갔다. 도중에 피해자의 바지를 벗기기도 하는 등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가 과거 유사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양형과 범행방법 등 사안이 중하다. 미수였지만 과정에서 행해진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지난 2012년 길거리 여성을 추행해 벌금 100만원, 2013년에도 길 걷던 만취여성을 추행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준강간미수를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7~8년 전 벌금형 이후 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4년은) 상당히 긴 집행유예 기간"이라며 "(이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으면, 집행유예의 효력이 없어져 (해당) 선고형에 남은 형을 합쳐서 더 복역해야 되니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