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축구의 헤딩 동작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호프대학 연구팀의 최신연구 결과 축구선수가 치매에 걸릴 위험성과 헤딩 간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됐다.
이는 축구선수가 치매 등 뇌 손상에 따른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3.5배 더 높다는 작년 연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당시 연구가 이뤄진 스코틀랜드에서는 12세 이하 유소년 선수의 헤딩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리버풀호프대 연구팀은 18∼21세 아마추어 선수를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최대한 많은 공기가 주입된 공에, 다른 한 그룹은 공기가 최소 수준으로 들어간 공에 헤딩하도록 했다. 나머지 한 그룹은 허공에 헤딩하는 시늉만 하도록 했다.
이렇게 세 그룹이 헤딩 동작을 스무 번 한 직후 연구팀은 선수들을 상대로 인지능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단단한 공과 덜 단단한 공에 헤딩한 선수의 80%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을 머리로 쳐낸 선수들에게서는 뇌진탕 징후가 감지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언어·공간 작업기억(working memory)도 최대 20% 가량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털링대학의 다른 연구에서도 축구선수들이 코너킥 수준의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20회 헤딩한 직후 기억력이 41~67% 가량 줄었다가 24시간이 지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리버풀호프대의 연구를 이끈 스포츠학자 제이크 애슈턴은 이런 결과에 대해 "매우 놀랐다"면서 "헤딩 동작의 영향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앤 메디신 인 풋볼'(Science and Medicine in Football Journal) 최신호에 실렸다.
1960년대 잉글랜드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제프 허스트(78)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유소년 축구선수의 헤딩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스트와 함께 1996년 월드컵에서 영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대표팀 선수 레이 윌슨, 마틴 피터스, 잭 찰턴, 노비 스타일스는 치매를 앓다 숨졌다고 한다.
그는 "선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헤딩은 절대 연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