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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했던 코로나가 남긴…" 확진과 완치 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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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했던 코로나가 남긴…" 확진과 완치 그 사이에서

    • 2020-12-21 05:20

    [코로나19 1년을 돌아보다]①확진자와 완치자의 증언
    "찰나에 걸린 코로나, 완치해도 시달리는 후유증"
    "신체적 후유증 보다 심리적 후유증 더욱 커"
    1차부터 3차 대유행까지…올 한해 지배한 코로나
    끝 모를 싸움, 희망은 있을까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28)씨가 확진 판정 후 응급차로 이송되면서 한강이 보이는 바깥 풍경을 담았다.(김지호씨 제공)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1개월 전인 올해 1월 20일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했다. 누적 확진자는 4만여명을 돌파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공장이 멈추고 집 앞 상가의 문은 닫혔다. 가족과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게 될까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가장 큰 규모이자 장기적인 유행'이 될 것이라는 '3차 대유행' 위기 속 2020년을 돌아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확진자와 완치자의 증언
    계속

    ◇찰나에 걸린 '코로나19'…완치해도 시달리는 '후유증'

    "한 시간의 식사, 정말 찰나였어요…"

    '3차 대유행' 조짐에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던 지난 8일 회사원 A(31)씨는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았다. 미국 출장을 갔다가 복귀하기 전 회사 상사와 식사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상사 역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확진 통보 후 다음날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전형적인 '젊은층 무증상' 감염 사례다. 하지만 이틀이 되던 날부터 체온이 39도까지 치솟고 일주일 가량 이어졌다. 기침과 메스꺼움, 두통, 오한이 일었지만 해열제에 의지하며 병원에서 사투 중이다.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몸이 불타는' 듯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생 이정환(25)씨는 터키에서 교환학생을 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으로 급하게 귀국해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당시는 4월, 국내에선 '1차 대유행' 시기였다.

    이씨는 "'나는 안 걸릴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걸려보니까 바이러스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며 "2~3초에 한번씩 기침이 나와 부모님과 통화를 못하고 SNS을 통해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39도가 넘나드는 고열과 온몸 통증으로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시간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음식이 먹히지 않아 하루 통틀어 흰쌀 죽을 반 그릇도 먹지 못했다. 이 시기를 이씨는 "저승사자랑 10번 정도 하이파이브 할만큼 아팠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완치자 이정환(25)씨가 병실에서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이정환씨 유튜브 캡처)

     

    극한 시기를 지났지만 음성 판정이 확정돼 완전히 퇴원하기까지 총 57일이 걸렸다. 병상에선 신체의 아픔을 조금 덜자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퇴원 후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지만,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탈모가 일부 진행됐다.

    더욱 극심한 '후유증'을 겪는 완치자도 있다. '부산 47번' 환자인 부산대 박현 교수(48)는 지난 3월 초 퇴원 이후 현재까지도 신체적인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도 여러 통증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슴통증, 근육저림, 피로가 다른 증상들보다 심한 편"이라며 "여러 증상이 롤러코스터처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가 가져왔던 불안을 '11개' 정도로 꼽았다. 그는 "가장 큰 불안은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심했을 때 치매에 대한 걱정, 언제 회복돼 일상으로 돌아갈지 알 수 없고, 우리나라는 언제 다른 나라들처럼 체계적인 후유증 치유가 시작될지 불확실함에 대한 것 등"이라고 밝혔다.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씨가 치료 당시 자신의 병실을 촬영한 모습(사진=김지호씨 제공)

     

    ◇신체적 후유증 보다 '심리적 후유증'은 더 크다

    신체적 후유증 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후유증'은 더욱 크다.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28)씨는 완치 후 회사 출근을 준비했지만, "사람들이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지호씨가 복귀하면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회사는 결국 '밖에서 조금 더 자유롭게 일해볼 것'을 권고했고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왔다. 회사 뿐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도 순탄치 않았다. 원래 가던 헬스장에선 "운동은 가능 여부 확인 후 알려주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길고 긴 싸움의 끝에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상상도 못 했다"며 "내게는 코로나 항체가 생겼지만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에 대한 항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 후유증에 대해 많이 물었지만 신체적인 후유증은 없었고 그 정도 질문은 괜찮았다"며 "제일 싫었던 것은 '재양성 된대, 조심해'라는 말이었다. 배려라고 건넨다고 하지만 그 무게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된 이모(63) 목사는 담당하는 교회에서 사임해야 했다. 교인들은 완치를 축하하며 따뜻하게 맞아줬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이 교인들을 피해 다녔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 오지 못하고 하고 "교회에 다니지 말라"고 다그쳤다. 이 목사는 "그런 마음적인 후유증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가 문을 닫고, '나로 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공포심은 확진자를 더욱 짓눌렀다. 회사원 박모(46)씨는 "나로 인해 회사가 셧다운이 되고 걱정을 끼쳤다는 심적 부담감이 매우 컸고, 이 부분을 이겨내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치자 김모(43)씨는 "저로 인해 누군가 감염됐다면, 그 감염자가 또 다른 누군가를 감염시켰다면 그 아찔한 가능성은 지금도 공포스럽다"며 "내가 의도치 않아도 누군가의 건강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확진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퇴원한 후에도 확진됐다는 경험 때문에 한동안 주변 사람을 대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또 여러가지 후유증 유무를 묻는 질문을 수차례 듣다 보면, 그것이 관심의 표현임을 알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몸에 작은 이상만 생겨도 '이게 후유증이 아닐까'하며 없는 병도 생길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

     

    ◇1차 대유행부터 3차 대유행까지…올 한해 지배한 코로나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코로나19는 올해 1월 20일 국내에 상륙해 '맹위'를 떨쳤다. 2월부터 대구‧경북, 이단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1차 대유행'이 시작돼 약 두 달간 진행됐다. 특히 이단 신천지발(發) '슈퍼 전파'로 누적 확진자는 열흘 만에 1천명대를 육박하고, 한 달 만에 약 8천명대를 돌파했다. 4월 들어 국내 총 확진자는 처음으로 1만명대를 기록했다.

    신천지가 이단 특유의 폐쇄성과 은폐성으로 감염을 확산시켰다면, 4월부터 이어진 '수도권 소규모 유행'은 이태원 클럽을 오가던 젊은층으로부터 뻗어나왔다. 이른바 '이태원 클럽발' 감염 이전, 국내 유행 바이러스는 기존 S, V 그룹이 다수였지만 이때부터 감염력이 더욱 강한 GH 그룹이 검출되기 시작됐다. 이밖에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도 코로나19가 번지며 이태원을 포함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2차 대유행'은 지난 8월 서울 광화문 '광복절 집회'와 이에 적극 참가한 사랑제일교회를 통해 발생했다. 감염 위기에서도 강행한 집회로 한달 만에 광복절 집회 확진자는 4백여명을,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천여명을 돌파했다. 방역과 집회 자유에 대한 논쟁이 한창 이어진 시기였다.

    이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감염 확산은 겨울철에 접어든 11월 중순부터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3차 대유행'의 시작이다. 2백명, 3백명, 4백명대를 기록하던 일일 확진자 수는 12월 중순 1천여명을 넘어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3차 대유행의 특징으로 '무증상', '소규모 집단', '원인불명' 등을 꼽고 있다.

    '깜깜이 전파'는 움츠러든 마음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코로나19 선제적 검사를 위해 마련한 임시선별진료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 한모씨는 "요즘은 무증상 등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저 역시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확인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서 이렇게 방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씨가 찍은 병실 사진. 내부는 어둡지만 바깥 풍경은 밝다.(김지호씨 제공)

     

    ◇끝 모를 싸움…희망은 있을까

    신종 바이러스와의 이 기나긴 싸움이 언제 끝날진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에 따른 고립감, 분노, 우울감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희망은 이 힘겨운 시대를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다. 서로 간의 응원과 치유, 용기와 믿음이 더욱 절실하다고 완치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지호씨는 "코로나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뒤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아팠던 것 같지 않다"며 "거시적으로 봐도 스페인 독감, 메르스, 사스 등 인류가 겪어온 질병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이겨내왔고 시간이 걸릴지언정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에 걸렸다고 누굴 탓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며 "이 병을 다 낫고 사회로 원만히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동의가 있다면 완전한 방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치자 김모씨는 "많은 분들의 격려로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자가격리 기간을 잘 버텨준 가족들에게 한없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갖고 있고, 가족들의 인내와 용기가 없었다면 이후에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이 됐더라도 공포 속에 사로잡혀 마음의 병을 키울 것이 아니라 의료진을 믿고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며 "코로나19는 감염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밝혔다.

    이정환씨는 "지금은 일반 시민들이든, 코로나를 겪고 계신 분들이든 다 힘든 시기"라며 "서로 간의 믿음을 키우고, 긴 싸움을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답은 역시 방역수칙 준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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