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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승록 노원구청장 "태릉골프장에 닭장 아파트 지을 순 없다"



서울

    [인터뷰]오승록 노원구청장 "태릉골프장에 닭장 아파트 지을 순 없다"

    서울 자치구25 인터뷰-노원구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노원구 제공

     

    매일 동네 구석구석 10여 곳을 다니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임기 후반기를 맞아 고민이 깊다. 노원은 강북권에서 교육환경이 뛰어난 지역으로 꼽히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노령층이 많은 지역으로도 꼽힌다. 재건축이 필요한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도 즐비하다. 최근에는 자녀를 둔 세대와 젊은층이 주변 신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베드타운화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횟수는 줄었지만 오 구청장이 매일 주민들과 수시로 만나는 이유도 산적한 노원구의 숙제를 현장에서 봐야만 제대로 풀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왜곡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지역마다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 노원구는 창동 차량기지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태릉골프장은 일방이 아닌 노원 친화적인 택지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여당과 상호협의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민선7기 초선으로 임기 후반기를 맞은 오 구청장을 만나 2021년 산적한 새해 계획을 들어봤다.

    -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지났다. 지난해를 평가한다면?

    =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구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이 생활ㆍ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방정부인 구청의 위상이 달라진 한 해였지 않나 싶다. 정부, 서울시, 자치구의 역할에 따라 나의 생명을 지켜줄 수도 있고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 것 같다.

    교회와 같은 집단감염 발생 시 방역과 안전망 최전선에 있는 구청이 통제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내가 위험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지 않았나 생각한다.


    - 민선 7기 노원구도 어느덧 본격적인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올해 구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는 무엇을 꼽나

    = 서울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예정지인 창동 차량기지 부지 개발에 큰 걸림돌이었던 운전면허시험장 이전에 큰 진전이 있을 것 같다. 베드타운에 머물던 노원이 일과 주거가 함께하는 도시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이곳을 바이오 메디컬 산업단지로 계획하고 있는데 운전면허 시험장의 이전 부지를 찾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이 지난해 3월 노원구와 서울시의 제안을 의정부시가 큰 틀에서 수용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노원구와 의정부시 경계에 있는 장암동 수락 리버시티 1ㆍ2단지 아파트 일대 행정구역 변경, 의정부, 호원복합 체육시설 건립, 장암역 환승주차장 개발 지원 등이다. 이전 조건으로 의정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대규모 체육시설 건립, 장암역 환승주차장 개발 등에 대해 관계 기관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노원구 제공

     

    - 노원구 인구가 주변 신도시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있다. 다양한 편의시설과 편리한 교통, 자족이 가능한 일자리 도심 환경을 원하는 것인데, 노원구의 창동 차량기지 개발이 이 같은 수요를 커버할 수 있나

    = 창동 차량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면적은 24만6000㎡에 이른다. 구는 이곳을 세계적 바이오 메디컬 산업단지로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을 앵커시설로 두고 바이오 관련 연구소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공공 의료보험에 기반한 의료정보가 풍부해 임상실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외곽순환도로를 통한 교통 접근성도 좋다.

    인근 창동에 K-팝 전용 공연장(서울아레나)까지 들어서면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문화관광과 의료관광이 함께 가능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 메디컬 단지 뿐 아니라 호텔 등 상업시설도 들어서 약 8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9일 서울대병원과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공동TF를 발족해 사업 구상단계에서부터 실무절차를 추진하게 된다. 무엇보다 앵커시설이 될 최고 수준의 병원과 세계적인 의료연구기관, 제약회사들을 유치해야 한다. 메디컬 사업에서 연구와 임상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의 바이오 메디컬 기술 역량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노원구는 교육과 복지에서 최고수준이지만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하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비전을 기대할 수 있는 도시로 재탄생 할 것이다.


    - 노후주택 재건축 사업도 추진 중인데,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에 비해 재건축 승인이 쉽지 않은 것 같다.

    = 노원구는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시설 노후화로 재건축이 필요하다. 대규모 아파트의 재건축은 안전기준 등 관련법이 강화되어 속도가 더디지만 소규모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 같다.

    상계뉴타운 지역의 재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4구역이 2019년 12월 건축 준공을 시작으로 6구역과 1구역이 공사와 시행인가를 비롯해 나머지 구역도 탄력을 받고 있다. 중계본동 104마을 주택개발 사업은 10여년의 표류 끝에 올 초 사업시행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도시재생을 넘어 신축 아파트와 저층 주거지, 옛 골목길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의 재개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도 일부 단지가 진행되고 있다. 주공 8단지가 지난해 11월 준공했고 태릉현대 아파트는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월계동신아파트와 월계동 재해관리구역을 비롯해 상계 주공 1단지 등 안전진단을 앞둔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 광운대 역세권개발도 큰 진전이 있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광운대역 물류기지 내 시멘트 사일로 4기 철거 시작 등 이 일대가 동북권의 새로운 주거문화 신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 특히 주민들이 도서관, 공연장, 다목적 체육관들을 갖춘 종합문화복합시설에 대한 기대가 크다. 동북권의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재탄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지난해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노원구 지역 국회의원과 오 구청장이 반대 입장을 내놨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노원구가 다른 대상 지역처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강경하다. 그래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대통령께 편지와 국토부에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 정책의 큰 틀에는 동의한다. 주택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화 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노원에 즐비한 노후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재건축 문제 해결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만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특히 태릉골프장 83㎡에 1만 세대를 건설할 경우 닭장과 같은 매우 심각할 고밀도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거주환경은 매우 열악해진다. 특히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인 노원구의 베드타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 뻔하다.

    현행대로 놔두면 정부가 짓고 싶은 대로 지을 것 아닌가. 노원구가 품을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주거환경, 사회복지 인프라 확충,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 등은 물론 노원 구민에게 충분한 혜택이 제공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정부와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노원구 제공

     

    - 평소 현장 구정을 강조하는 것으로 안다. 취임 이후 매일 5~10여 곳 등 관내외 600여 곳을 누볐다고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 답은 현장에 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방문 기회가 크게 줄었지만, 현장은 자주 다닌다. 현장을 가보지 않고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다보니 이제는 노원구 전체가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주민들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야간 주차문제다. 우리구의 경우 전체 주택의 83%가 아파트지만 대부분 90년대 초 지어져 지하 주차장이 거의 없다. 밤마다 주차 전쟁이 일상이다. 그래서 평소 비어 있는 건물 주차장을 활용해보자고 생각했다.

    학교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과 교회, 업무용 빌딩 주차장은 낮에는 혼잡하지만 밤에는 빈 곳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019년부터 이들 기관과 기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한 끝에 주차장 1000면을 확보해 개방하면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요즘은 동네 골목길을 다니면서 청소 등 거리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큰 성과다.

    -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주민들이 새해 기대할 만한 소식이 있다면?

    = 서울시민이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두 번째로 꼽은 곳이 '야간불빛정원'이다. 서울의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개선을 진행 중에 있다. 경관조명의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자연ㆍ예술ㆍ계절을 담은 작품이 상영될 무궁화호 3량 크기의 미디어트레인도 선보인다.

    1989년부터 국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사랑 받아온 중계근린공원에 위치한 노원구민회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주민들을 맞을 준비에 한 창이다. 대강당의 무대, 음향, 조명시설과 의자를 교체하고, 1층 로비와 창호, 외벽 등을 개선했다. 노원문화예술회관 수준의 전문화된 공연시설을 갖춘만큼 내실 있는 프로그램들로 주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에 주민들이 잠시나만 휴식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준비했던 경춘선 숲길 거리예술제와, 나비정원, 당현천 주요 명소를 중심으로 펼친 버스킹 공연, 노원자동차극장 등이 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 한층 수준이 높아진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민들의 쉼과 치유 시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는 작년에 부족했던 점들을 더 보완한 한층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들로 주민들에게 쉼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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