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지난해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장애인과 여성, 성소수자 등 약자들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21대 총선 혐오표현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당과 후보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용한 혐오 표현은 모두 92건으로 파악됐다.
정당별로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독자유통일당(22건), 우리공화당(8건), 더불어민주당(7건), 기독당(6건) 등 순이었다.
내용별로는 성소수자 등 성적지향에 대한 혐오표현이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14건), 여성(13건), 노조(11건), 이주민·청소년·노인·세대별(11건) 등 순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거나 피해자를 혐오하는 표현도 있었다.
기독자유통일당은 "동성애 옹호·조장 안돼!", "동성애 동성결혼 합법화 개헌을 결사 반대" 등의 표현을 선거공보물에도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독당은 "동성애 없는 청정국가 이룩", "동성애 NO"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또 당시 미래통합당 이동섭 후보는 토론회에서 "동성애 문제 때문에 에이즈가 많이 나타나고 미래세대가 죽는 것은 나라의 재앙"이라고 하는가 하면, 민생당 박지원 후보(현 국가정보원장)는 신랑이 입장을 하는데 여자가 들어온다. 저는 기절을 할 겁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우리공화당이 선거공보물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적거나, 한국복지당의 김호일 후보가 "선을 보고 오는 여자가 집 없는 남자한테 결혼을 오려고 합니까"라고 표현한 것은 모두 여성 혐오 표현으로 집계됐다. '깡패 노조', '특권 노조'와 '시골 지방자치단체', '인천 촌구석'은 각각 노조 혐오와 지역 비하 표현으로 집계됐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당시 대표의 "여러분 비례정당 투표용지 보셨나. 마흔 개의 정당이 쭉 나열됐다.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 "그래도 이 정부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 그게 제정신입니까", "권력에 눈먼 자들이 제 구실을 못해" 등 표현한 것은 장애 혐오표현으로 분류됐다.
이외에도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가 토론회에서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됩니다"라는 발언이나 대한민국 애국순찰팀이 "국민을 저능아로 만드는 어용여론조사를 규탄하자"고 내건 현수막 등도 장애 혐오표현으로 지적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47개 정당 전부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했다. 정당의 선거공보물과 지역구 후보 944명의 선거공보물, 지역구 후보 685명의 온라인 활동, 각종 토론회와 방송 연설 등을 모니터링했다.
1차 모니터링을 통해 183개를 선별한 뒤, 인권위가 2019년 발간한 '혐오표현 리포트' 지표에 따라 혐오·차별·편견·인권침해 등 요소가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사례 92건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