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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현장EN:]'미나리' 돌풍, 다 이유가 있었네

    영화 '미나리' 온라인 기자간담회
    정이삭 감독 "인간애 심어낸 훌륭한 배우들"
    윤여정 "감독 덕에 배우로서 자유 얻어 연기"
    스티븐 연 "주류 백인 시선 너머 보편적 가족 다뤄"
    한예리 "함께 모여 시나리오 깊이 연구한 시간들"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를 빚어낸다고들 한다. 유수 영화제를 휩쓸고 있는 '미나리'가 그랬다.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안에서 시너지를 극대화 해낸 덕이리라.

    26일 정이삭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윤여정·한예리가 온라인에 모여 이뤄진 '미나리' 화상 기자간담회는 이러한 제작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먼저 '미나리' 연출을 맡은 정 감독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교감해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줬다"며 "모든 배우들이 이야기 안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미나리'가 호평을 얻는 데 대해 정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라서, 이민자 이야기라서, 그 시대상을 담은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우리네 보편적인 인간 관계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극중 한국계 이민자 가족이 다양한 갈등과 고충을 겪으면서도 이를 헤쳐 나가는 모습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봤다.

    배우들이 열린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윤여정은 정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꼽았다.

    윤여정은 "어떤 감독들은 이렇게 해 달라는 식으로 배우를 가둔다"며 "배우 생활을 오래 한 입장에서 정 감독에게 '(연기하는 데) 특별한 제스처가 필요한가'라고 물었는데 '하고 싶은 걸 하라'더라. 그렇게 배우로서 자유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스티븐 연 역시 "정 감독의 캐스팅 수완 덕에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며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했기에 배우들이 그것을 돋보이도록 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어 "배우들은 가족처럼 힘을 합쳐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며 "제 숙소가 따로 있었지만, 윤여정·한예리씨가 함께 쓰는 숙소에 찾아가 음식도 빼앗아 먹고 세탁도 하면서 가족처럼 지냈다"고 덧붙였다.

    한예리는 "배우들이 우리 숙소에 모여 밥도 먹고 하면서 시나리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번역본의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꿀 시간도 충분했다"며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고, 시나리오를 깊이 있게 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 화상 기자간담회 중계 화면 캡처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시골 마을로 이민 간 한국인 가족 이야기다. 정 감독 경험이 묻어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 송도에서 잠시 교수 생활을 할 때 사무실 밖으로 갯벌이 보였다. 거기서 나이 드신 분들이 조개를 캐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할머니 생각을 했다. 할머니는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생계를 위해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면서 나의 어머니를 키웠다. 사무실 바깥 풍경을 보면서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내가 지금 여기서 지금 이렇게 앉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울컥하게 되더라."

    이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스티븐 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용이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선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며 말을 이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계 배우로서 소수인종을 다루는 대본을 받게 되는데, 주로 관객에게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는 게 많다. 주류 백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미나리'는 한국인이 쓴 매우 한국적인 이야기면서도 보편적인 가족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공감하는 주제를 다룬 시나리오가 워낙 훌륭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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