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갈현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하교를 앞두고 운동장에 모여있다. 박하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유입 2년차를 맞은 가운데, 유·초·중·고 새학기 등교가 2일 시작됐다.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하에서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은 매일 학교에 간다. 나머지 학년은 일주일에 2~3회나 격주, 3주 가운데 2주 등으로 등교한다.
2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갈현초등학교 앞. 꽃다발을 든 어른들이 교문 앞에 서 있었다. 1학년 신입생들의 학부모인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교내에서 입학식이 치러지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하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교 시간이 되자 학부모들은 학교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였다. 아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학급별로 줄을 맞춰 서 있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이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카메라로 아이 모습을 담거나, 두 팔 벌려 아이를 꼭 껴안는 부모도 있었다.
이후 학교 관계자가 멀찍이 떨어져 학부모들에게 방역수칙 등 공지사항을 알렸다. 학교 측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번에 두 학급씩, 각각 정문과 후문을 통해 나가도록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꾸며놓은 포토존은 오후 1~3시에 한해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이날 전 학년이 등교를 했다. 대신 학년별 등·하교 시간을 다르게 해 학생들 간 동선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했다. 3일부터는 한 주를 기준으로 3~4학년은 사흘, 5~6학년은 이틀씩 교차 등교한다.
2021학년도 첫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손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학생들은 등교할 때 자가진단표를 작성해야 하며,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 체크를 한다. 등교할 땐 정·후문 모두 이용 가능하지만, 하교할 땐 방역 담당자의 인솔 하에 학교 정문과 후문으로 절반씩 나뉘어 나간다.
학교 관계자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오늘) 학생 자가진단이 잘 안 지켜졌다"며 "내일부터는 학생 자가진단을 해야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자가진단을 하지 않으면 전화할 것"이라고 알렸다. 신입생 학부모 연수는 '줌'(화상대화 앱)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는 설렘, 학업 집중도 등을 이유로 등교를 반겼다.
1학년 신입생 오모(7)양은 등교 소회를 묻자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었다. 1학년 김모(7)양은 "(첫 등교라) 떨렸다. (학교 생활이) 재밌을 것 같다"면서 "(마스크 쓰는 건) 좀 불편하다"고 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하교하던 6학년 방모(12)군은 "원격수업만 하면 지루하고 계속 집에 있는 게 싫었다"면서 "수업 영상을 틀기만 하고 게임만 하는 친구들도 많다. 코로나가 빨리 없어져서 학교에 매일 등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첫 등교를 한 1학년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함께 입학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학부모들은 대체로 등교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박모(40)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등교가 좋다"며 "학교에서 방역조치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이선영(47)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보육을 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학원도 비대면 수업을 해서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짚었다.
신민정(41)씨는 "주변 고학년 학부모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매일 등교를 하지는 않다 보니 남는 시간은 학원이나 과외 등의 시스템으로 돌려 비용 부담이 크다고 한다"며 "오전은 저학년, 오후는 고학년 이런 식의 탄력적 수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중1 입학생 학부모인 봉선자(50)씨는 "아이들이 너무 집에만 있다보니 전자제품에 많이 노출돼 있어서 힘들었다"고 전했다.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1학년 신입생의 할머니인 김모(58)씨는 "여러 아이들이 (동선상) 겹치다보니 우리만 안전하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학교에서도 신경쓰겠지만, 가정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용문중·고등학교 앞. 학생들 풍경은 비슷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등교했다. 부모님과 함께 교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입학식은 학부모 참관이 불가했다. 이 학교는 3분의 2만 등교가 가능한 시차제 등교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용문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중학교 1학년 이택희(13)군은 "코로나가 올해 안에 끝났으면 좋겠다"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들과도 더 친해지고 학교에도 이전보다 더 많이 정들고 싶다"고 했다. 황우진(13)군은 "온라인 수업은 선생님이 직접 가르쳐주시는 게 아니다보니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고1 김태준(15)군은 "자기소개 같은 건 아직 안 하고 책만 받아서 같은 중학교에서 온 친구들을 제외하곤 친구들을 아직 잘 모른다"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친구들과 선생님들 얼굴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1 김정린(15)군은 "격주로 수업하다보니 진도를 따라가는 게 조금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시업식, 입학식, 개학식을 동시에 해서 학생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려고 3학년이 제일 먼저 등교하고 한 시간 반가량 시차를 두고 3학년, 2학년이 차례로 등교하도록 했다"며 "개학식은 방송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학생 수가 수백명대로 상대적으로 적은 학교들은 이날 전 학년 하교 시간을 통일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이동수업을 자제하고 등하교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며 "방역지원 인력이 학교에 와 있어 교실문 등도 소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첫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체온 측정선에 줄을 서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