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으로 수도권 구단 소속의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학창 시절 후배들에게 물고문을 하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 도를 넘는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어린 시절 야구 유망주였던 A(32)씨는 18년 전인 지난 2003년만 생각하면 아직도 손과 발이 떨려온다. 부푼 꿈을 안고 야구 명문인 광주의 한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1년 내내 선배인 B(34)씨로부터 각종 괴롭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 선배와 함께 한 1년 동안 매일같이 쉬지 않고 맞았으며 목욕탕에서 물고문을 당한 것은 물론 돈도 갈취당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B씨는 당시 인기를 끌던 액션 드라마 주제곡을 부르며 A씨를 폭행했다고 A씨는 밝혔다.
A씨는 시도 때도 없는 구타로 인해 살이 터져 피딱지를 달고 살았다. B씨는 돈이 없으면 A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리기도 했고 A씨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왕따를 시키기도 했다.
B씨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전국대회 참가를 위해 보름 정도 합숙한 제주도 숙소에서는 B씨가 A씨의 친구 C씨를 숙소 바닥에 눕혀놓은 채 흉기로 위협했고 입 안에 살충제를 뿌리는 등 가혹행위도 일삼았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학교운동부 폭력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날 심하게 폭행을 당한 C씨는 결국 그날의 트라우마로 인해 야구를 그만두게 됐고 지금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엉덩이를 피가 날 때까지 때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엉덩이가 찢어지든 피가 나든 개의치 않고 매일 같이 매질을 했다"면서 "당시 친구들과 과거를 회상해보면 그는 우리가 벌벌 떨며 겁을 먹는 모습을 즐긴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후배들을 집합시키고 때리기 직전에 희미하게 웃던 모습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면서 "18년 전인데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이후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됐고 미국 마이너리그를 거쳐 현재는 수도권의 한 프로야구단에 소속돼 있다.
최근 학교폭력 미투가 잇따르자 A씨의 가족이 용기를 내 구단에 제보했고 결국 B씨는 A씨와 C씨의 가족 등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B씨는 일부 폭행 사실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고 주장하면서 흉기 위협과 물고문 등은 단지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구단은 현재 B씨를 훈련에서 제외한 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