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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땅'은 놔두고…변죽만 울린 정부 합동조사

경제 일반

    '알짜 땅'은 놔두고…변죽만 울린 정부 합동조사

    정부 합동조사, 1만 4천여명 조사하고 겨우 '투기 의심' 7명 찾아
    청와대·SH 자체조사에서도 투기 의심 사례 찾지 못해
    '투기 부적합' 3기 신도시 부지에만 집중한 정부 조사 한계 노출
    "시세만도 못한 토지보상금 받는 신도시 대상 지역에 왜 투기했겠나"
    "진짜 '대박' 가능한 '주변 지역' 거래내역 중심으로 조사해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부 합동조사단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노다지 땅'은 제쳐두고 '보여주기'식 조사만 벌이며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토교통부 및 LH 전 직원에 대한 토지거래 현황을 파악한 1차 조사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국토부(4509명)과 LH(9839명) 직원 등 총 1만 4348명 가운데 '투기 의심자'로 지목된 인원은 단 20명, 그나마 앞서 시민단체에서 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기존 13명을 제외하면 현직 LH 직원 7명만 추가됐을 뿐이다.

    이날 청와대도 현직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직원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등 총 368명을 조사했지만, 신도시 지역의 부동산 투기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직원 및 직원 가족 6015명에 대해 2010년 이후 SH가 진행한 사업지구 14곳에서 보상여부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투기 의심 직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논란과 관련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관련 브리핑을 갖고 "참여연대 등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를 포함해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 토지거래는 광명시흥지구에 집중됐고,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도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모습. 황진환 기자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LH발(發) 투기 의혹에 정부가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업계 및 전문가들은 '돈이 되지 않는 땅'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는 현재 조사 방식으로는 투기 의심자들에게 면죄부만 쥐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합동조사단이 이번 조사에서 살펴본 공무원·공기업 직원의 토지 거래 내역은 3기 신도시 및 이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한 100만㎡ 이하 택지에 집중됐다.

    하지만 이러한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주변 땅의 시세보다도 더 낮은 보상금만 손에 쥘 수 있어 '투기'에 적합한 땅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공사업지 보상을 위해 토지 감정평가를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개발 이익 배제 원칙'이다.

    정부가 진행한 공익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개발이익은 보상금에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예컨대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후 오른 시세는 배제하고 과거 토지 구매금액 등을 토대로 보상금액을 산정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정부가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원주민에게 적정한 보상금을 주지 않고, 개발사업자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당장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에서도 토지보상가격을 놓고 '헐값에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토지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토지보상금은 사실상 LH가 사업비 책정과정에서 정한 총액 규모 안에서 수많은 원주민들이 나눠갖는 구조에 가깝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기 쉽지 않다.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의 모습. 이한형 기자

     

    광명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도시 부지는 정부 감정 평가를 기준으로 보상하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실거래가보다도 낮은 보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며 "더구나 정부 보상금을 받으면 아무래도 내부 감사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는데, 적당한 시점에 손쉽게 시장에 팔 수 있는 주변 땅이 훨씬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 정보를 손에 쥔 공무원·공기업 직원이라면 시세차익을 크게 노릴 수 있는 주변 지역을 골라 정교하게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라면 절대 신도시 땅을 사지 않는다. 차라리 3기 신도시에 포함되지 않은 달월역이나 시흥시청 인근의 그린벨트처럼 개발 사업에 올라타 값이 오를 땅을 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담의 정홍철 토지보상전문 변호사도 "향후 신도시로 개발될 것이라는 호재는 보상금에 반영되지 않고, 주변 땅의 가격만 오르기 때문에 개발지 자체를 투기 목적으로 샀다면 오히려 의아할 일이다"라며 "실제로 해당 지역 원주민들은 보상금이 너무 적어서 억울하다고 항의 중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에서 시작해 조사를 시작하면 이들의 가족, 친족, 친구 등 차명 거래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끝이 없다"며 "최근 신도시 개발지 주변 지역에서 토지를 구매한 이들을 토대로 조사 대상을 정하고, 이들과 공무원, 공기업 직원과의 관계를 역추적해서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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