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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도입 '10년'…학폭 지킴이 'SPO'들의 현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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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도입 '10년'…학폭 지킴이 'SPO'들의 현장 이야기

    • 2021-03-22 05:40

    지난 2011년 대구 중학생 사건 이후 제도 도입
    "카톡·페북 통한 언어폭력·모욕·따돌림 많아져"
    "'우범송치' 활용도 방법…조기·반복교육이 중요"
    아이들 이야기 토대로 무대에 극 올리는 노원서
    조미영 경위 "학폭, 가정·사회 모두 결부된 문제"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A경위는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6년 차 SPO(School Police Officer)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이라고도 불리는 SPO는 지난 2011년 동급생들의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중학생 권모 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만들어진 제도다.

    "청소년 비행의 가장 큰 원인은 '나에게 관심을 좀 가져달라'거든요. 나도 시골 살면서 말썽도 참 많이 부렸는데, 학생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선도를 좀 해보자는 마음으로 SPO에 지원하게 됐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A경위는 어느새 베테랑이 됐다. 이제는 학부모 상대를 어려워하는 저년차 SPO들을 대신해 초등학교 관리를 맡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업무에 익숙해지는 만큼이나 현장의 변화도 빠르다.

    "예전에 학교 폭력은 직접 폭행이 많았어요. 눈에 보이는 따돌림이나 욕설도 심했고요. 그런데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았던 지난 1년 동안에도 학교 폭력이 발생했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는 개최됐어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언어폭력, 모욕, 따돌림 이런 유형이 많아진 거예요."

    SNS나 모바일이 활용되면서 학교폭력의 권역도 넓어졌다. A경위는 "예를 들어서 서울은 예전에 마포구나 강서구 이런 쪽에 학교폭력이 집중됐다고 하면, 이제는 마포구나 강서구에 있는 학생이 인천에 있는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부천이나 용산에 있는 학생도 괴롭히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했다.

    A경위는 학교폭력은 현장에서 결코 '완전히' 근절될 수는 없다고 봤다. 대신 유치원, 초등학교와 같이 초기 교육부터 '학교폭력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삼진아웃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음주운전이 근절되지는 않았잖아요. 학교폭력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나중에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되더라도 피해 학생에게는 이 상처가 잊히지 않을 수 있다'는 반복 교육이 선행되어야 해요."

    다만 그는 학교폭력은 일방적인 처벌도, 선도도 해법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비행 위험성과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피해자의 회복, 가정의 지도와 형편 등 다양한 방면을 고려해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분야라고도 했다.

    A경위는 "선도가 안 되면 학폭위에서 징계나 우범송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지난해 제가 있는 서에서 우범송치를 거의 100건 가까이 진행했는데, 소년범 비율이 20% 정도 감소했다. 그만큼 아이들이 우범송치 등을 경험하고 나면 어느 정도 움츠러드는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장기 아이들의 잘못이 평생의 주홍글씨가 되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계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성인 폭력과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같은 측면에서 생활기록부 기재 유예 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라고 설명했다.

    도입 10년 차를 맞은 SPO 제도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요즘 '학외(學外) 폭력'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고 밝혔다. SPO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학교 내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도움을 받고 지원을 받을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폭력은 형사 외에는 답이 없어요. '학교 밖 청소년'이 지금 3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을 보살필 주체설정이 안 되어있어요. 소년범 사건의 40~45%는 학교 밖에서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일반 폭력 사건과 달리 세심한 장기관리를 필요로 하는 학교폭력의 특성상 학생들과 라포(rapport·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SPO도 있다.

    올해로 경찰 재직 23년째인 조미영 경위는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SPO로 근무한 지 어느덧 9년차가 됐다. 조미영 경위 제공

     

    올해로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SPO로 근무한 지 어느덧 9년 차가 된 조미영 경위가 좋은 예다. 노원구는 서울에서 학교가 가장 많은 자치구로 관할서인 노원서 역시 서울 일선서 중 SPO를 가장 많이 두고 있다. 팀장을 비롯해 총 10명인 SPO들은 각각 노원구 소재 학교 10~11개를 담당하고 있다.

    비행소년 선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학교폭력 수사에 국한되지 않고 피해 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상담을 연계하고 가해 청소년 관련 선도프로그램도 연결 지어 '사후관리'까지 하는 게 SPO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조 경위가 SPO 근무이력 중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은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리는 창작뮤지컬 프로젝트 '싹'이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노원구 청소년들과 SPO들이 함께 춤과 노래를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공연하는 청소년예술교육프로그램"이라며 "지난해에도 연습은 다 했는데 공연 이틀 전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공연을 못 했다"고 말했다.

    "경찰서 기획으로 극단이 소년원에서 뮤지컬 공연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노원문화재단, 극단과 경찰서가 '학교 밖' 친구들과 같이 (공연을) 해보자는 제의가 왔고...우리도 마침 그때 뮤지컬과 관련해 청소년들에게 연기교육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마음이 딱 맞은 거죠."

    지난 2016년부터 서울 노원경찰서와 노원구청, 노원문화재단과 극단 '서울공장'이 함께하고 있는 '싹' 프로젝트. 학생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극본으로 SPO와 학생들이 같이 무대에 오른다. 조미영 경위 제공

     

    조 경위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을 하지 마라' 등의 방식으로 법을 교육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소통이 효과적일 거라고 봤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학생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내면, 극단 '서울공장'의 작가가 이를 극본으로 각색해 뮤지컬의 뼈대를 만든다. '나도 하고 싶은 게 생겼어' 같은 친근한 주제명(名)도 이렇게 탄생했다.

    매해 SPO들은 15~20명의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서 호흡을 주고받는 한편 준비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하나의 목표로 뭉쳐 반년을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거리감이 성큼 좁혀지는 것을 느낀다.

    조 경위는 "준비하다 보면 제시간에 안 오는 친구들도 있고, '이래서 공연이 되겠나' 싶다가도 마지막을 앞두고 나면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우리 어른들에게까지 감동을 준다"며 "지난해는 (참여)하려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는데, 올해는 오디션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학교폭력은 분명 의심할 바 없는 '폭력'이자 범죄다. 하지만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선악(善惡) 구도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거칠게 양분하기 어려운 딜레마도 종종 생긴다.

    조 경위는 "피해자였던 학생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며 "상담이나 수사과정에서 피해당했다고 신고한 학생의 가해행위가 밝혀지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가해자와 피해자를 딱 나눠 판단하거나 면담하진 않고 어떤 지원이나 선도가 필요한지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생의 경우 과거 초·중학교 때 경험한 학교폭력으로 인해 그 당시의 트라우마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피해자의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찰조직이 기치로 삼는 '회복적 경찰' 활동도 여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조 경위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가해자에게 사과의 기회를 주고, 피해자는 자신들의 요구를 가해자에게 전달할 기회를 갖는 등 피해회복 방법을 같이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신속히 알리고 SPO를 통한 지원 절차를 밟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학교 폭력은 학교 안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가정, 학교, 사회가 모두 결부된 문제"라고 규정했다.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학생이 가정 내에서 폭력을 경험한 경우들이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 아이가 다른 친구를 상대로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요. 또 폭력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내가 피해자란 것조차 모르고 부모님이나 교사에게 알리지 않아 피해가 장기화되는 사례도 있죠."

    근무기간이 10년에 가까워지다 보니, 쉽사리 잊히지 않는 얼굴들도 생겼다. 일부는 '그때 절 잡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불쑥 감사인사를 건네오기도 한단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친구인데 중학교 때 또래들과 몰려다니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상습적으로 가출하고...출석일수가 모자라서 유급상황까지 왔었어요. 학교폭력 같은 비행도 있었고, 학교나 가정에서 도저히 통제가 안돼 일정기간 우범송치를 통해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생활하다 나온 학생이었어요."

    조 경위는 해당 남학생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면담하며 부모와도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이 학생은 무사히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올 겨울이 끝나갈 즈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얼마 전 제 생일에 '생일 축하한다'며 '제가 중학교 때 신경을 많이 써줘서 올바로 살아가고 있다. 저와 같은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 달라'고 문자가 왔어요. 정말 말썽쟁이였는데...SPO로서 보람을 느꼈죠(웃음)."

    밤마다 가출을 한다며 담임교사와 엄마가 "어쩌면 좋냐"고 'SOS'를 치게 했던 학생을 바꾼 힘은 지속적 소통에 있었다. 조 경위는 '업무폰'을 통해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수시로 열어본다고 했다.

    조 경위는 "아이들은 이 행동이 학교폭력이 되는지, 아닌지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상황에 휩쓸렸을 때 저를 떠올려 전화해주면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폭력현장에 함께 있어도 공범이 될 수 있다', '네가 말려야 한다' 같은 조언을 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도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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