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 KBL 제공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KCC 전창진 감독은 가장 먼저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을 떠올렸다. 야인으로 지내던 전창진 감독을 불러 KCC 지휘봉을 맡긴, 전창진 감독의 은인이다.
전창진 감독은 3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삼성과 홈 경기를 앞두고 "이날, 이순간 명예회장님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이 든다. 나를 예뻐해주시고, 농구를 정말 사랑하셨다"면서 "기쁜 날을 못 보고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KGC 사령탑으로 부임한 2015년 5월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결국 KGC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BL도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조처를 내렸다.
하지만 2016년 9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단순 도박 혐의도 2019년 6월 무죄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KCC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KCC로 복귀할 수 있었던 배경도 정상영 명예회장의 힘이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1월30일 세상을 떠났다. KCC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시점이었지만,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최고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다.
전창진 감독은 "KCC는 관심과 지원이 최고다. 나도 은혜를 받은 사람으로 3년 안에 빚을 꼭 갚겠다는 각오였다. 올해라 생각되면 꼭 갚도록 하겠다. 많은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회장님은 싫은 소리를 한 마디도 안 하셨다. 1승이라도 더해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회장님 힘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농구를 너무 사랑하셨다. 한국 농구를, 또 국제 경쟁력을 걱정하셨다. 어떤 대회든 KCC가 관연하고 싶어하셨다"면서 "가장 생각이 많이 난다. 살아계셨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활이라는 표현에는 선을 그었다.
전창진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기사를 봤는데 그런 내용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다 결정이 된 문제다. 결과적으로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녀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
KT 시절이었던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한 후 10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이다. KCC도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섰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창진 감독은 "코치들과 현대모비스-DB전을 보고,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실감이 안 났다. 오랜만의 우승이라 정말 우승했나 할 정도로 덤덤했다"면서 "체육관에 나오니 텐션이 오긴 하는데 어제까지는 그런 것이 없었다"고 웃었다.
2010~2011시즌 한 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