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상일동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의 일방적 결정에 맞서 택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늘부터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앞 배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임민정 수습기자
택배 차량의 지상도로 출입을 금지하기로 한 아파트에 대해 택배 노동자들이 "개별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상일동역 1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의 일방적 결정에 맞서 택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오늘부터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앞 배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대의에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편리하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고, 아파트 단지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데 왜 모든 걸 택배 노동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입대의 결정이 택배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강도를 현격히 높이고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데, 반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대의는 작금의 상황을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 편의와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건강권을 위해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일 해당 입대의는 안전 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내 진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제한 높이 2.3m인 지하주차장에 출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을 이용하도록 했다.
그러자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를 대화에서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한 '갑질'"이라고 비판하며 입대의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이날 오전이 되어서야 뒤늦게 답신이 도착했다.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개별배송 중단"을 선언하며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입구 앞에 배송 온 물건을 쌓아 놓고 있다. 임민정 수습기자
입대의는 "사용자 측인 택배회사에 지난해 3월부터 수차례 지상운행을 자제하고 대신 저상차량 배차를 통한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며 "아파트 지하에 일정 공간을 마련하는 등 '통합택배 시스템'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이 일방적으로 협의를 중단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해 입주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고덕지구의 공원화 아파트 단지들은 이미 다 저상차량을 통한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이 이뤄지고 있는데, 왜 우리 아파트 단지만을 대상으로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고 협상을 요구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조가 우리 아파트를 일방적으로 매도한 행위에 대한 해명이 선행돼야 협상 요청을 공식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입대의가 내놓은 '통합택배 시스템' 또한 택배노동자의 건강권을 악화시킨다는 입장이다. 허리를 90도로 굽히거나 무릎으로 기어서 물건을 싣고 내려야 하는데, 반복될 경우 택배노동자의 허리와 손목, 발목 등에 심각한 부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이미 타 지역에서 이런 배송방식으로 배달한 기사들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이직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택배노조는 해당 아파트 단지로 배송 온 물건들을 동별로 분류해 단지 입구에 쌓기 시작했다. 이날 배송된 물건만 약 800개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