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러셀 웨스트브룩.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리그 초창기 시절이었던 1961-1962시즌에 나왔다.
신장 196cm의 장신 포인트가드 오스카 로버트슨은 그해 평균 30.8득점, 12.5리바운드, 11.4어시스트를 올렸다.
1960년대 초반은 한 경기 100득점, 시즌 평균 50득점 등 지금 기준에서는 다소 비현실적인 기록이 쏟아진 시기였다. 시즌 트리플더블 역시 후대에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즌 트리플더블은 "왜 안돼(Why not)?"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 선수가 전성기에 돌입한 2010년대에 다시 등장했다.
바로 포인트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소속이었던 2016-2017시즌부터 3시즌 연속 평균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1962년 오스카 로버트슨 이후 처음으로 시즌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2016-2017시즌에는 대기록을 달성한 업적을 인정받아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휴스턴 로켓츠를 거쳐 2020-2021시즌부터 워싱턴 위저즈 유니폼을 입은 러셀 웨스트브룩은 자신의 통산 네 번째 시즌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4일(한국시간) 인대이나 페이서스를 상대로 14득점, 21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올려 시즌 32번째이자 통산 178번째 트리플더블 기록을 썼다.
그는 남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기록을 1개도 쌓지 못하더라도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을 확정했다.
◇러셀 웨스트브룩의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 기록 (5월4일 현재)
2016-2017시즌 오클라호마시티 : 31.6득점(1위),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
2017-2018시즌 오클라호마시티 : 25.4득점, 10.1리바운드, 10.3어시스트(1위)
2018-2019시즌 오클라호마시티 : 22.9득점, 11.1리바운드, 10.7어시스트(1위)
2020-2021시즌 워싱턴 위저즈 : 21.8득점, 11.3리바운드, 11.2어시스트(1위)
통산 178번째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러셀 웨스트브룩은 이제 이 부문 통산 1위인 오스카 로버트슨의 기록(181회)에 3개 차로 접근했다.
통산 트리플더블 1위 등극은 시간 문제다.
그의 트리플더블 기록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팀 승리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178경기에서 그의 소속팀은 134승을 올렸다. 무려 75%가 넘는 승률이다.
신장 190cm의 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은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넘치는 에너지가 장점이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포인트가드가 시즌 평균 1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최소 15cm 이상 큰 선수들이 버티는 골밑에서 평균 10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따내는 열정은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오클라호마시티 시절 사령탑을 맡았고 지금 워싱턴에서 다시 의기투합한 스캇 브룩스 감독은 러셀 웨스트브룩이 과소평가받고 있다고 믿는 지도자다.
브룩스 감독은 인디애나전을 154대141 승리로 마친 뒤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러셀은 포인트가드가 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한다. 그는 평범한 선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 슛을 더 잘 쏘는 포인트가드가 있을 것이고 그보다 더 올바른 플레이를 하는 포인트가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NBA 역사상 그 누구도 웨스트브룩만큼의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브룩스 감독은 러셀 웨스트브룩의 역대 포인트가드 랭킹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는 종종 웨스트브룩이 NBA 역대 포인트가드 3위쯤은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한 계단 뛰어오른 것 같다. 아마도 매직 존슨에 이어 역대 포인트가드 2위 정도는 될 것"이라며 "웨스트브룩의 농구는 그 어떤 포인트가드도 해보지 못했던 영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