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갑작스런 '계약해지' 통보…위기의 프랜차이즈 영업지사



경인

    갑작스런 '계약해지' 통보…위기의 프랜차이즈 영업지사

    법적 정의조차 없는 '영업지사'…부당한 처우받아도 구제 못해
    영업지사도 가맹점처럼 최소 10년 계약기간 보장받아야

    신사고아카데미 산하 '쎈수학러닝센터' 지사장들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쎈수학러닝센터지사혐의회 제공

     

    사례1
    부산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12년 국내 유명영어학원 프랜차이즈 업체의 영업지사를 시작했다. 지사 계약 당시 소멸성 가맹비 3600만 원을 본사에 낸 A씨는 5년간 현수막, 우편물 발송 등 홍보비로만 최소 1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가맹사(학원)를 모집했다. 가맹사가 늘면서 비로소 월수입이 300만 원대에 접어든 2016년 말 A씨는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계약 해지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본사에 탄원서도 내는 등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순식간에 수입원이 없어진 A씨는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사례2
    30년간 대기업에 일하다 2015년 퇴직한 B씨는 아내와 지인의 추천으로 2016년 국내 수학참고서 매출 1위 기업이 운영하는 수학학원 프랜차이즈 지사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내와 함께 각각 경기도 안양과 수원에 지사를 둔 B씨 부부는 2억여 원의 돈을 들여 학원을 모집했고 2019년 전국 30여개 지사 중 실적개선 지사 3위를 기록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이듬해 본사는 아무 이유없이 더 이상 가맹점을 받지 않겠다고 B씨에게 통보했다. 1년간 아무런 수입이 없었던 B씨는 올해 초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생계가 막막해진 B씨는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아직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법적 정의조차 없는 '영업지사'…부당한 처우 받아도 구제 못해

    최근 초·중·고교생 전문 학습서 출판사인 좋은책신사고㈜의 자회사 신사고아카데미가 전체 영업지사의 80%에 해당하는 지사들과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야기된 '본사의 영업지사에 대한 갑질'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업지사들이 본사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이들을 구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인데, 업계에 만연한 '1년 단위' 계약 관행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에서 정의당 배진교(비례) 의원실 주최로 열린 '영업지사 피해사례 청취 및 입법보완 간담회'에서 법적 대안을 발제한 법률사무소 상원 문인곤 대표변호사는 "불공정한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비롯해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이 존재하지만 본사와 영업지사 간 공정거래를 조정할 법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행법들이 영업지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행법이 가맹사업과 공정거래의 관계를 단순히 '갑을' 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은 본사와 점주의 갑을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면, 공정거래법은 전체 사업자를 대상으로 갑을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영업지사는 본사의 지시로 가맹점을 모집하고 가맹점주들에게 상품 또는 용역의 판매를 관리‧지시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본사의 성격과 점주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즉 '갑을병'의 3자 관계가 성립하는데 현행법은 이를 단순화하면서 '중간자'인 영업지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현행법에서 영업지사의 지위를 정의하고 이들의 안정적인 생계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영업지사도 가맹점처럼 최소 10년 계약기간 보장받아야

    문 변호사는 이를 위해 업계에 만연한 '1년 단위 계약 관행'을 금지해 10년으로 늘리고 지사의 법적 지위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주와 소상공인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상가입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계약기간을 10년 이내로 정하고, 가맹사업법이 본사와 가맹점 간 최소 계약기간을 10년을 정한 것처럼 지사도 이같은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이러한 10년의 계약기간 보장을 두는 이유는 바로 계약의 지속적 유지가 그들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1년 단위 계약 관행은 본사의 부당함에 대항하는 지사를 압박하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변호사와 함께 발제를 맡은 경기도 공정거래과 최정석 공정거래지원팀장 역시 "본사와 영업지사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사는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근거가 없어 현장의 어려움이 많다"며 "지사의 법적 지위 확보와 함께 그동안 발생한 본사와 지사 간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간담회는 올해 초 불거진 신사고아카데미의 '쎈수학러닝센터' 영업지사 대량 계약해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올해 초 학원 프랜차이즈업체인 신사고아카데미는 전국 30여 개 '쎈수학러닝센터' 영업지사 가운데 80%가량과 계약을 일방 해지했다.

    신사고아카데미는 10여년째 국내 중‧고교생 수학 참고서 업계 1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좋은책신사고㈜가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신사고아카데미 쎈수학러닝센터 영업지사장 29명은 최근 본사가 부당하게 계약 해지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