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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천황서 기원한 판사의 권력…묻지도 따지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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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日천황서 기원한 판사의 권력…묻지도 따지지도 못해

    • 2021-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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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 없는 法의 용서 '작량감경' 대해부①]
    판사 재량으로 형량 1/2 감경 형법 제53조 '작량감경'
    1907년 일본 신형법서 유래, 천황 권력 판사에 이양
    법원 "법정형 지나치게 높아, 형량 형평 위해 불가피"
    작량감경 기준 모호, 악용 방지 위한 견제·평가 시스템 전무
    2019년 서울중앙지법 작량감경 적용 판결문 전수 분석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형법 제53조 '작량감경' 규정은 판사에게 유기징역 형기를 반 토막 낼 수 있는 재량권을 보장한다. 원칙적으론 실형을 벗어날 수 없는 피고인들까지 집행유예로 풀어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이다. '솜방망이 처벌', '유전집유 무전실형', '복불복 판결' 등 국민청원에 올라오는 단골 비판들의 밑바닥에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2019년 서울중앙지법 1심 형사사건 중 형법 제53조가 적용된 판결 925건(피고인 1020명)을 모두 분석했다. 작량감경은 얼마나 빈번하게 사용됐는지, 작량감경이 적용되는 합당한 기준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기준이 존재한다면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의'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서경덕 교수 제공·황진환 기자

     

    '작량감경 대해부' 글 싣는 순서
    ①日천황서 기원한 판사의 권력…묻지도 따지지도 못해
    ②지적장애 신도 성폭행 목사, '재범'에도 작량감경
    ③피고인 엄마 사죄에 '작량감경'…'진지한 반성' 맞나
    ④변호사 사야 작량감경↑…커지는 법정 빈부격차
    ⑤'판사 견제하라' 만든 양형위, 작량감경 부추기나
    ⑥10년째 중범죄 절반이 '작량감경'…입법·사법 서로 네탓
    ⑦[법정B컷]"그 양형은 틀렸다" 14년 만의 法내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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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1, 2, 3의 피고인 A, B, C 세 사람은 연령과 성별, 범죄 혐의가 모두 다르지만 실형이 선고될 만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정형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형량을 받은 공통점 있다. 세 사람이 감옥행을 피할 수 있었던 데엔 형법 제53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작량감경' 이다. (지난해 12월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이란 용어만 '정상참작감경'으로 바뀌었고, 실질적인 내용은 전과 동일하다. 개정법은 2021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다.)

    CBS노컷뉴스가 2019년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작량감경이 적용된 판결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작량감경 적용으로 깎인 형량은 총 630.5년이었다. 이는 판결문 중 처단형이 정확히 기재된 523명에 대해서만 계산한 것으로, 전체 피고인 1020명으로 추론하면 1년간 1000년이 넘게 감형된 셈이다. 피고인 1명당 평균 1년 이상씩 형량을 줄이고, 70% 가까이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도록 한 마법의 조문이다.

    ◇7년 이상 실형도 집행유예로…작량감경의 마법

    형법 제53조 법조문은 복잡한 단서조항 하나 없이 32글자가 전부다. 하지만 이 한 줄의 법이 가지는 위력은 대단하다. 작량감경은 형법 제55조 1항 기준에 따라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데, 유기징역의 경우 형량이 2분의 1로 줄어든다. 국회에서 '최소한 n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라'고 정한 최하한선보다 형량을 절반이나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법률상 감경이 적용돼 줄어든 형량을 작량감경으로 다시 줄일 수도 있다.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명시한 범죄도 법률상 감경과 작량감경이 중복 적용되면 1년 8월로 하한이 낮아지게 된다. (7년→3년 6월→1년 8월) 형법상 실형을 피할 수 없는 피고인이 작량감경을 적용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한해서만 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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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조건이나 제한규정은 전무하다. 작량감경은 형법 제53조가 규정하듯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면 언제든 적용할 수 있다. 무엇이 '정상 참작 사유'인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사건1은 합의했다는 이유로, 사건2는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3은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량을 깎았다. 속된 말로 '판사 마음'이라는 이야기다.

    대법원 판례는 심지어 판사가 작량감경을 적용해 형량을 감경할 때 "감경사유가 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판시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규정한다. 3000여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판사라면 누구든지 아무리 흉악한 범죄라도 어떠한 설명도 없이 형량을 절반으로 깎아줄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황 권력서 탄생한 작량감경…한국·일본에만 존재

    현대 주요국의 사법제도를 둘러봐도 오로지 판사의 재량만으로 사유조차 밝히지 않고 형량을 반 토막 낼 수 있는 '화끈한'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많은 나라들이 형량 감경에 있어서 어느 정도 판사의 재량을 인정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조건과 제한이 동반된다. 독일과 스위스가 판사의 판단에 따라 형벌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되 반드시 '법률에 의거한 구체적 근거'를 명시하도록 규정한 것이 좋은 예다.

    법학계에서는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현재까지 이런 독특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애초에 작량감경은 일본이 근대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창조해낸 독특한 제도인데 한국이 일본법 체계를 그대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함께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존재했던 형법 제53조와 1907년 제정된 일본 신형법 제66조는 '쌍둥이법'이라 할 만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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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 유럽 제도를 적극 받아들였던 일본은 왜 서구 법체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를 만들어낸 것일까? 메이지(明治) 유신 직후 급속도로 천황제 국가로 변모하던 일본이 천황의 사면권 일부를 판사들에게 나눠줘 국민들의 형량을 낮춰주는 시혜를 베풀도록 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제도를 만들어낸 일본에서조차 작량감경 규정은 거의 사문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작량감경이라는 제도가 실제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 셈이다. 일본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된 작량감경이 한국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로 법조계에선 격동의 근·현대사를 꼽는다.

    '유신헌법'의 박정희 정권,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운 전두환 정권은 정치적 반대파와 사상범, 대중 다수에 대해 가혹한 형사처벌을 남발했다. 군사독재 시절 검·경에 의한 합법적 폭력이 계속되자 사법부가 작량감경이란 재량권을 이용해 나름의 방어를 해 왔다는 설명이다.

    ◇형량 감경이 문제? 모호한 기준, 견제·평가도 없어

    상당수 판사들은 우리나라 법체계상 아직 작량감경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우리 형법의 형량과 하한선이 지나치게 높아 각 범죄 간 형량의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 현직판사는 "우리 형법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무조건 형을 높이는 것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판사들은 정치권이 특정 범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고 아예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법정형 하한선을 올리는 반복된 행태에 "포퓰리즘으로 법을 망친다"며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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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들의 말처럼 판결이 관대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지탄 받아선 안된다. 근대형법은 '응보'가 아닌 '교화'와 '범죄 예방'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관점에서 감경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과 근거가 모호한 것은 문제다. 법원은 3000여 명에 달하는 판사들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판사들이 재량권을 악용할 가능성은 더더욱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비슷한 범죄인데도 판사가 누구인지에 따라 실형과 집행유예가 갈리고, 동일한 범죄를 반복하고 거짓 반성을 하는 게 오히려 형량 감경의 이유가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관의 양형 판단에는 아무런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다. 법원과 판사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시험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10년째 중범죄 '절반'은 작량감경…사유 명시는 6.4%뿐

    형량을 절반으로 깎아줄 정도의 '정상'은 어떤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가? 그 기준은 과연 정당한가?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가? 판사들이 재량권을 악용할 경우 법원은 자체적인 견제를 할 수 있나?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판사 개개인이 작량감경으로 제동을 거는 상황을 어쩔 수 없이 계속 두고 봐야 하는가?

    불행하게도 우리 법원은 수많은 의문에 어떤 답도 해주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판사들이 작량감경 권한을 얼마나 빈번하게 사용하는지, 그 재량권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 한 때 재벌회장들 사건에서 수많은 판사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해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공식도 작량감경의 마법이었다.

    CBS노컷뉴스는 우리나라 최대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9년 처리한 사건들 가운데 형법 제53조가 적용된 판결문 925건(피고인 1020명)을 전수 조사·분석했다. (2020년은 연초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법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일반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제외됐다) 이 분석은 작량감경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흥미 있는 숫자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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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노컷뉴스는 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작량감경 실태를 진단한다. 현재 대한민국 법원에서 작량감경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과연 그 사용법이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단서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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