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이한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일본 정부와 유사한 역사 의식에 경악한다"며 맞받아쳤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씨가 윤봉길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념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는 바람에 한일관계가 망가졌다'고 발언했다"며 "지난 2019년 7월 13일 죽창가를 올린 사람으로 윤 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귀하는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노동자 판결에 동의하는가", "귀하는 일본 정부가 일으킨 경제전쟁을 문재인 정부 또는 한국 대법원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귀하는 2년간의 한일 무역전쟁 이후 한국 기업의 기술자립화 수준이 높아졌고, 전체적으로 보아 한국이 이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 편향적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며 "지금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열악해졌으며 회복이 불가능해질 정도까지 망가졌다"고 답했다.{RELNEWS:right}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조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청와대 민정수석일 당시 일본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고조되자, 동학농민혁명 및 항일 의병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조 전 장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은 이어 30일 새벽에 "윤석열씨의 역사의식 없는 대선출마 선언을 접하고 다시 올린다"며 '죽창가'를 다시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윤석열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검창총장' 윤석열 속에 이미 있었던 모습"이라며 "총장 임기 동안 숨기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적 중립? 얼척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에 여권도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죽창가 대목에서 제 눈을 의심했다. 그 역사 인식의 천박함이, 그런 망발을 윤봉길 기념관에서 할 수 있는 무감각이 충격적"이라며 "착잡하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도 "(윤 전 총장이) 근거 없는 비난으로 가득채웠다"며 "오직 반문에만 몰두해 굴종적 한일관계에 매몰된 일부 극우식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