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키젠호퍼 자료사진. 안나 키첸호퍼 인스타그램 캡처쉬지 않고 137km를 달려야하는 도쿄올림픽 여자 사이클 개인도로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치러진 경기에서 오스트리아 수학박사 출신 안나 키젠호퍼(30)가 금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누구도 키젠호퍼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네덜란드 선수 중에는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많았다. 결승선을 2위로 통과한 네덜란드의 아나믹 판 플로텐(39) 선수는 자신이 금메달을 딴 줄 알고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키젠호퍼의 이날 기록은 3시간 52분 45초. 은메달리스트 판 플로텐 보다는 1분 15초 먼저, 동메달리스트인 이탈리아의 엘리사 론고 보르기니보다는 1분 29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CNN 등에 따르면 사이클 대회에서는 팀에서 무전기로 상황을 공유하는데, 올림픽 경기에서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아 판 플로텐이 키젠호퍼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키젠호퍼는 초반 2km 지점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는 공격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완주를 40km를 남겨둔 지점에서는 이른바 `선두 그룹`에서도 이탈했다. 장거리 레이스인 만큼 후반부에 체력적 부담이 있는 전술이다.
키젠호퍼는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탄 지 7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트라이애슬론과 듀에슬론 선수로 활동했다. 짧은 경력 탓에 그동안 특출한 성적은 내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44위, 올해 열린 오스트리아 국내 선수권에서도 6위에 그쳤다.
그에게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키젠호퍼는 잉글랜드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탈루냐 폴리테크닉대학의 응용 수학 박사과정을 땄다. 현재는 스위스의 한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경기 후 "나는 경주를 할 때 몇 킬로미터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얼마의 음식을 먹어야 할지 등을 계산한다"라며 "이번에는 내리막길을 잘 타서 시간이 좀 더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키젠호퍼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며 자신의 학업적 성취를 십분 활용했다. 4일에는 무더운 도쿄 날씨에 자신의 신체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열 적응 프로토콜에 따라 분석해 그래프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