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빈이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A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 후 아쉬워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태권도가 종주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사상 첫 노골드로 도쿄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도쿄 올림픽 태권도는 금메달 후보들이 즐비했다. 올림픽 역대 최다 6명이 출전했고, AP통신이 꼽은 금메달 후보에도 4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남자 58kg급 장준(21, 한국체대), 68kg급 이대훈(29, 대전시청), 여자 49kg급 심재영(26, 수원시청), 여자67kg 초과급 이다빈(25, 서울시청)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선수들의 몸이 너무 무거웠다.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 전 우려했던 것처럼 실전 감각이 걸림돌이었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탓이다.
이창건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우리 선수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를 전혀 뛰지 못했는데 유럽에서는 오픈 대회 등이 개최되면서 현지 선수들이 출전했다"고 우려했다.
실제 태권도 대표팀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019년 12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장준과 심재영의 경우 지난 1월 김태훈, 김소희와 각각 국가대표 최종 선발대회를 치른 것이 유일한 공식전이다.
그 사이 한국과 세계의 격차는 좁혀졌고, 도쿄 올림픽에서는 아예 뒤집혔다. 이다빈이 은메달, 장준과 인교돈이 동메달을 딴 것이 한국 태권도의 도쿄 올림픽 최종 성적표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노골드에 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실전 감각을 부진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인교돈은 "실전 감각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최근 2년 동안 국제대회를 한 번도 뛰지 않았다"면서 "타국 선수들은 격리기간을 감수하면서 대회를 뛰었다.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실전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훈 역시 "경기를 많이 안 뛰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함준 코치도 "2019년 말부터 해외에서 경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 "국내에서도 그만큼 경쟁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태권도는 세계화가 됐다. 도쿄 올림픽에는 61개국에서 총 131명이 출전했다.
실력도 비슷해졌다. 남녀 총 8개 체급에서 금메달을 가져간 국가는 총 7개국이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2개를 가져갔고, 6개국이 1개씩 금메달을 획득했다. 단 하나의 메달이라도 딴 나라도 21개국이다.
인교돈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보는 나라도, 처음 붙는 선수도 있었다.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화가 돼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면서 "한국에서 훈련하는 선수들도 여러나라 선수들과 붙을 수 있고, 다양한 전술을 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