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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금메달 이상의 감동과 희망을 선물했다[도쿄올림픽]

스포츠일반

    그들은 금메달 이상의 감동과 희망을 선물했다[도쿄올림픽]

    1일 저녁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열린?도쿄올림픽?육상?남자?높이뛰기 결선에서?우상혁이 2.39m 2차시기에서 실패한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1일 저녁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열린?도쿄올림픽?육상?남자?높이뛰기 결선에서?우상혁이 2.39m 2차시기에서 실패한 뒤 경례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 올림픽이 17일 간 열전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비정상적으로 열린 올림픽. 선수들 역시 준비에 애를 먹었다. 다수의 종목들이 1년 이상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올림픽을 위해 땀을 쏟았다. 그렇게 올림픽은 열렸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했다.

    더 이상 금메달을 못 땄다고 "죄송하다"며 우는 모습은 없었다. 그저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 뿐. 인터뷰에서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감동과 희망을 선물했다.

    "긍정적으로 도전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한국은 육상 불모지였다.

    트랙 및 필드 종목에서 역대 최고 성적은 1984년 LA 올림픽 남자 멀리뛰기 김종일,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 김희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의 8위. 이후 한국 육상은 올림픽 결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올림픽은 우상혁(25, 국군체육부대)에게 도전이었다. 한국 육상 선수로는 25년 만에 트랙 및 필드 종목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는 2m35 한국신기록을 뛰어넘었다. 2cm 차이로 메달은 놓쳤지만, 우상혁이 보여준 점프와 긍정적인 리액션은 국민들을 웃게 했다.

    우상혁은 "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긍정적으로 도전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다. 쿨하게 떨쳐버리고, 다시 도전하면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혁 양궁 국가대표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오진혁 양궁 국가대표가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단체 결승전에서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 해서 못하는 거지, 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양궁 오진혁(40, 현대제철)은 불혹의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무엇보다 오른쪽 어깨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진 상태로 활사위를 당겼다. 의사조차 은퇴를 권유했지만, 오진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됐을 때도 "3년을 참았는데 1년 더 못 참겠냐"면서 꿋꿋이 활을 들었다. 그 결과가 단체전 금메달로 나왔다.

    오진혁은 비슷한 또래의 중년(?)들에게 희망을 줬다. 오진혁은 "어려분도 나처럼 할 수 있다. 안 해서 못하는 거지, 하면 다 할 수 있다. 젊게 마음을 먹으면 몸도 젊어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한대윤이 2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승에서 4위로 마무리를 하며 가슴에 달린 태극기에 손을 얹고  있다. 박종민 기자한국의 한대윤이 2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승에서 4위로 마무리를 하며 가슴에 달린 태극기에 손을 얹고 있다. 박종민 기자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나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격 25m 속사권총에서 4위를 기록한 한대윤(33, 노원구청)은 늦깎이 국가대표다. 서른이 다 된 2017년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국가대표 선발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 시련이 찾아왔다. 사격 선수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손떨림이다. 근육이 신경을 누르면서 총을 쏠 수가 없었다. 완치는 없는 수술.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다시 총을 들었고,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처음으로 국제대회 결선에 올랐다. 최종 성적은 4위.

    한대윤은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을 응원할 수 있을까요"라면서 "그냥 어디서나 그렇다. 나이도 나이지만,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나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조구함이 29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kg급 결승 경기에서 일본 에런 울프에게 안다리 후리기 한판 패를 당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조구함이 29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 kg급 결승 경기에서 일본 에런 울프에게 안다리 후리기 한판 패를 당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은메달이 파리 올림픽 준비를 결정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은 있었다. 애런 울프(일본)가 결승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올림픽 결승에서, 그것도 일본 유도의 심장이라 불리는 부도칸(무도관) 매트 위에 일본 선수를 메치는 꿈을 꿨다.

    9분35초 혈투 끝에 안다리 후리기를 허용해 한판패했다. 조구함(29, KH그룹 필룩스)은 패배 후 울프의 손을 번쩍 들어 승리를 축하했다. 조구함은 "자신감은 있었는데 실력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만난 상대 중 올림픽 결승전 울프가 가장 강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도쿄 올림픽 은메달. 조구함에게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됐다. 조구함은 "이번 은메달이 내가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을 결정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돌아가면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다시 유도복을 고쳐입었다.

    인교돈이 27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 초과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인교돈이 27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 초과급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투병하는 분들이 저로 인해 힘을 내서 이겨줬으면 좋겠습니다"


    인교돈(29, 한국가스공사)은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다. 스물둘이었던 2014년 8월 혈액암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다시 도복을 입었지만, 올림픽 출전은 꿈으로만 생각했다. 인교돈도 "그 때는 올림픽이라는 단어조차 생각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인교돈은 재기에 성공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 올림픽에도 나섰다. 태권도 남자 80kg 초과급에서 값진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 동메달이었다.

    인교돈은 "완치 판정을 받고 진료실 방문을 닫고 나왔을 때 간호사님이 '축하한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줬다"면서 "시간이 흘러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 투병하는 분들이 나라는 선수로 인해 힘을 내서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상욱이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오상욱이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기쁩니다"


    오상욱(25, 성남시청)은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2관왕 후보였다. 개인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었고, 단체전에서도 형들과 함께 '어벤저스'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금메달이 유력했다.

    하지만 올해 3월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 사브르 월드컵 출전 후 귀국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 달 가량 고통과 싸웠다. 체중도 7kg 정도 빠졌다. 결국 개인전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후 형들과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쉬움을 달랬다.

    무엇보다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상욱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기쁘다. 요즘 시대에 맞게 보여드린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를 마친 표정은 서로 달랐다. 메달이 없어도 활짝 웃는 선수가 있었고, 메달을 따고도 울먹이는 선수도 있었다. 다만 메달 색깔에 대한 감정보다는 그저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주는 메시지는 같았다.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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