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처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스마트호출 요금제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 운행 중인 바이크 요금제도 올리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발 목소리도 크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스마트호출비 이어 바이크 요금제 인상 결정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 달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용인, 위례 등을 포함하는 성남과 하남 지역은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에 1분당 1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됐는데, 앞으로는 기본요금 200원(0분)에 분당 150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30분을 이용하면 기존 3천 원에서 4700원으로, 1시간을 이용하면 기존 6천 원에서 9200원으로 이용자 요금이 인상된다.
안산, 대구, 부산, 광주, 대전에서는 현행 기본요금 1500원(15분 기준)과 이후 1분당 추가 요금 100원이 기본요금 300원(0분)에 1분당 요금 140원으로 바뀐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6월에 서울 송파, 인천 서구, 전주, 울산 등에서 시범적으로 변경된 요금제를 운영했었고 해당 데이터를 보고 의견을 수렴해 이용 요금을 변경한 것"이라며 "단거리 수요가 많아지는 등 고객의 이용 형태가 다변화한 것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15분이라는 이용 제한 시간을 없애 단거리를 이용하는 고객의 부담을 덜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격 기점은 '8분'으로 나뉜다. 이용 시간 8분(1400원)까지는 기존 기본요금인 1500원보다 적게 내지만 9분(1550원)부터는 더 많이 내게 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때 추가 비용을 내면 배차 성공률을 높여주는 스마트호출 요금제도 변경했다.
당초 스마트호출 요금제는 1천 원(야간 2천 원) 정액제였는데 지난 2일부터 '최소 0원~최대 5천 원'까지 적용되는 탄력요금제가 적용됐다. 수요가 많을 땐 호출비가 최대 5천 원까지 올라가지만, 택시 공급이 많거나 수요가 적을 때는 호출비가 0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호출로 배차가 완료된 뒤 1분이 지나 취소하거나, 기사가 도착한 이후 연락이 두절될 경우 붙는 '취소 수수료'는 기존 1천 원에서 2천 원으로 올랐다. 그 밖에 모범택시도 스마트호출과 같은 방식으로 변경됐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변경 취지에 대해 "수요 공급 불균형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즉 많은 기사님이 최대한 많은 수요에 응답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자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대는 심야, 장소는 번화가에 뚜렷이 수요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책 변경으로 상황에 따라 택시 기본요금(3800원)보다 호출비(최대 5천 원)를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양한 유료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월 9만 9천 원 정액제 상품인 '프로 멤버십'을 출시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택시 기사는 각종 배차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택시 기사가 원하는 방향의 고객 호출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 외 기사 주변에 콜이 많은 지역을 짙은 색으로 표시해주는 '실시간 수요지도'나, 단골로 등록한 손님을 우선 배치해주는 '단골 관리' 기능도 있다.
당시 택시업계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유료화'라고 반발했다.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택시기사가 사실상 불이익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료화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처잇따른 인상 소식에 소비자들 '반발'…IPO 앞둔 '포석' 해석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반발' 분위기가 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인 플랫폼 지위를 바탕으로 요금인상에 나섰다는 인식에서다.
직장인 A씨는 "서울 외곽에 살다 보니 심야시간대에는 스마트호출을 써도 택시가 잡힐까 말까였다. 아무리 탄력요금제라고 해도 5천 원까지 호출비를 올려버리면 소비자 부담이 너무 늘어난다"며 "요금은 한 번 인상되면 떨어지지 않는데, 야금야금 오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B씨는 "처음 카카오T가 나왔을 때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무료였다. 이후 사람들이 점점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기 시작하자 각종 유료화 모델이 나오고 있다"며 "경쟁업체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카카오T는 현재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른바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법)' 통과로 렌터카·기사를 함께 부르는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사라지고 택시 위주로 모빌리티 시장이 재편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졌다.
택시, 전기자전거뿐 아니라 시외버스·기차·셔틀·항공·카풀 등의 모빌리티 서비스도 유치한 상태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는 하반기 렌터카와 공유 킥보드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신규 법인을 통해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고 전화 호출 시장에도 진입하면서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경영 판단상 요금 인상은 가능한 결정이라면서도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 산업과의 상생을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대 경영학과 김대종 교수는 "시장 점유율을 늘린 뒤 가격을 올려서 이익을 창출하는 건 전 세계 플랫폼 기업들이 비슷하다"며 "카카오가 수익 극대화에만 골몰해서는 안 되고 소비자 만족과 기존 업계와의 상생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기존 산업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버는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10%를 택시 사업의 발전을 위해 기부했다"며 "서비스 질적 향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가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67% 증가한 2800억 원을, 영업손실은 129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