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는 12일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인사팀장 최완우 부사장, 김현석 대표이사,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 삼성전자사무직노동조합 김항열 위원장. 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 노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출소를 하루 앞둔 12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대국민 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단체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김현석 대표이사(사장)·최완우 DS부문 인사팀장(부사장) 등 사측 인사와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4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김항열·이재신·김성훈·진윤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는 지난해 11월 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9개월 간 30여 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총 95개 조항의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고, 노조는 조합원 투표 등 추인 절차를 거쳤다.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조합원 96%의 찬성으로 단체협약을 추인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는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이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에는 노조 활동 보장 차원에서 노조사무실 제공, 유급 조합활동 시간 보장, 조합 홍보활동 기준 등이 담겼다.
노사는 이날 단체협약 체결과 함께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해 가기로 했다.
김현석 대표이사는 "오늘은 삼성전자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의미있는 날"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5개 계열사 중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올해 1월 가장 먼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SDI 노사 역시 지난해 9월부터 교섭을 거쳐 지난 10일 단체협약을 마무리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하기 때문에 하루 전날 이뤄진 삼성전자 단체협약 체결은 의미가 더 크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수사·재판을 받은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무노조 경영 폐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한편 삼성 준법감시위는 오는 17일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준법감시위를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