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과 한자리에 있는 저우장용 중국 항저우시 당서기(가운데). 연합뉴스'알리바바와 마윈의 고향' 저장성 항저우에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지난 21일 항저우시 당서기 겸 저장성 당 위원회 상무위원인 저우장융에 대해 심각한 기율 및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항저우 1인자였던 저우장융에 대한 중앙당의 조사는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신문에는 전날 탄소중립 관련 회의를 주재한 저우장융의 활동 내역과 사진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이틀 앞선 19일에는 항저우시 부시장을 지낸 후저우시 당 서기이자 역시 저장성 상무위원인 마샤오후이가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런민즈쉰 캡처두 사람의 공통점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성의 하나인 저장성 당 위원회 고위간부라는 점과 항저우의 전·현직 고위간부라는 점.
여기에 지난달 22일 퇴직한지 7년이나 된 전 저장성 정부 부비서장 장수이탕도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행위로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별 사건이 우연하게 겹친게 아니라 감찰 당국이 큰 그림을 그려놓고 기획사정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잡지 차이징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저장성 일대 여러 지방정부의 중요 계약 업무에 관여하던 한 변호사의 고발이 이번 조사의 발단이 됐다는 글이 급속히 확산했다.
당국의 검열로 지금은 인터넷에서 대부분 삭제된 이 글에는 저우장융 일가가 작년 11월 한 핀테크 회사의 상장 직전 5억 위안(약 903억원)어치의 주식을 미리 사들였지만 이 회사의 상장이 돌연 취소되자 5억2천만 위안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언급된 핀테크 회사는 알리바바의 계열사인 앤트그룹이다.
앤트그룹. 연합뉴스앤트그룹은 이 사실이 퍼지자 22일 밤 늦게 성명을 내고 "기업공개 과정에서 엄격하게 법률과 규정을 준수했고 소문에 언급된 것처럼 관련 인물이 주신을 산 상황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파장은 커지고 있다.
촉이 빠른 중국 매체들은 알리바바와 저우장융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저우장융은 2019년 9월에 항저우 발전에 뛰어난 공헌을 했다며 마윈을 기리는 항저우시 당위원회와 시정부의 공개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저우장융은 마윈에게 '항저우 공헌자'라는 칭호를 수여했고 마윈은 항저우와 알리바바가 새로운 정부-기업관계를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파장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항저우시 기율검사위원회가 시 전체의 주요 간부 2만4849명을 대상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항저우시 간부들은 본인은 물론 배우자, 자녀, 자녀의 배우자를 포함해 직무와 이해 충돌이 있는 행위를 한 적이 없는지를 스스로 조사해 3개월 안에 결과를 감찰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퇴직 후 3년 이내의 전직 간부들도 조사 대상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연합뉴스항저우 기율위는 제출한 자료가 취합되면 조사 대상 간부의 10%를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를 벌여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한 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잘나가던 지방관료였던 저우장융의 갑작스런 낙마로 알려진 신(新) 1선도시 항저우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이 조사가 마윈의 돌발 발언으로 당국에 단단히 찍힌 알리바바의 부역자들을 색출하는 작업의 일환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볼똥이 저장성 바깥으로 뻗어나가면서 중국의 차기 권력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앤트그룹에 상장 허가를 내줬던 상하이 증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사정권에 들어갈지 주목하는 이도 있다. 그는 25명의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국원 가운데 한 명이고 차기 지도자 후보군에도 속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