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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처벌로 위안부 역사왜곡 막는다고?…법조계 '우려'

법조

    형사처벌로 위안부 역사왜곡 막는다고?…법조계 '우려'

    역사부정죄 넘어 사실적시 명예훼손까지 적용
    "숙고 없는 입법…위헌 소송 불가피할 듯"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일본군위안부 역사왜곡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두고 법조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발의된 다른 '역사부정죄'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이번 법안은 그 취지와 설계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이 참여한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의 골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죄로 크게 구분된다.

    ▶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ㆍ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21.8.13. 발의)
    제16조(권익보호 및 명예훼손 금지)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피해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 유족 또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7조(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신문, 잡지, 방송, 그 밖에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의 이용
     2. 전시물 또는 공연물의 전시ㆍ게시 또는 상영
     3. 그 밖에 공연히 진행한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
     ② 제1항의 행위가 학문 연구, 예술적 창작 목적을 위한 행위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기존에도 이른바 '역사부정죄'로 불린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된 적이 있다. 제주4·3사건이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비방, 왜곡, 날조, 허위사실 유포 등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들이다.
       
    이 중 올해 1월부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조항이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해당 법에서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앞선 역사부정죄 법안들과 이번 개정안의 다른 점은 역사 부정·왜곡 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사실'을 적시한 행위에 대해서도 비방 목적이 인정될 경우 처벌한다는 점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후 여러 언론을 통해 "내가 밝힌 정대협 진실도 위법이냐"며 반발한 이유다.
       
    이미 피해자 개인이나 위안부 단체 등을 명시하고 비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특정인이나 단체를 명시하지 않은 좀 더 넓은 범위의 비방·모욕 등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기존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도 위헌 소송이 잇따르는 등 폐지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넓은 범주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이라며 "실제 해당 사건이 법원에 온다면 무조건 위헌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위사실 유포 처벌 부분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서는 '형사처벌로 역사적 진실을 보호할 수 있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또 유럽의 홀로코스트 혹은 특정 시기의 제노사이드 부정을 처벌하는 법률과 비교해 입법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나 의견은 자유영역에 맡겨야 하지만 굳이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면서까지 처벌조항을 도입하려면 그만한 정당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반인륜적 범죄로서 법이 보호하는 특정한 역사적 사실인지, 다른 비슷한 역사적 사실과 비교해 특별히 더 보호해야 할 근거가 있는지 등 매우 심도 있는 숙의를 통해 입법이 돼야 할 부분"이라며 "그런 논거가 없다보니 '윤미향 보호법'으로 치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 의원 등이 이번 개정안을 내며 밝힌 취지는 A4용지 1장 분량에 불과하다. 현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나 유족 등이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고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발생해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더욱 강력하게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구체적인 입법 취지를 제시하지 않고, '공공연한 역사 부정·왜곡으로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와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만 제시했다.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사회 전반적으로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왜곡하는 행태가 늘어 우려스럽지만 이를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치적 사안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늘리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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